기쁘고 슬픈 기록

<이서()의 백 날>

우면산 너그러운 품에 잉태하여

관악산 서기어린 탯줄을 타고

음률의 생명 태어났다.

 

간절함으로 기다리던 십년의 낯가림 끝에

양재천 흐르는 온화한 가정에 꽃으로 태어나

마음이 밝고 지혜가 충만한

이서(怡諝)”라는 이름 얻었다.

 

꽃으로 태어날 줄 알기나 한 듯

방글방글 기쁨의 미소를 향기로 던지며

세상의 평화를 담은 영롱한 눈빛과 얼굴은

힘들어도 웃을 줄 아는 엄마를 닮고

해맑은 영혼의 아빠를 닮았지만

기억 하렴!

너의 유전인자는 믿음이란다.

하나님의 사랑이란다.

 

이천 이십년 십일월 이십구일

손녀 백날의 축시를 쓰다.


 

 

<나의 손녀>

 

하루에도 몇 번씩

보채고, 나부대고, 부대끼며

엄마 아빠를 힘들게 하지만

할머니 등에만 업히면 코 박고 잠들기 좋아하고

자다가 깨어도

토닥토닥 가슴에 손 얹으면

눈송이 같이 조용한 숲속이어라

 

어린이집 갈 때, 외출할 때 손 흔들며 신나는 모습은

여행 즐기는 엄마의 설레임을 닮았고

인형 펭서를 동무삼아

잠시도 놓지 않고 잠자리까지 함께하는 습관은

평생 학문에만 몰입하는 아빠의 끈기를 닮았다.

 

머잖아 걷고, 말하고, 분탕도 하겠지만

나의 손녀 이서(怡諝)”

코로나로 적막해진 세상 가운데 양재천 자리한 오아시스다.

 

2021. 6. 26. 이서 열한달 째.

 

 

<손녀와의 통화>


이서 작은 머리에

그리움이 새겨졌다.

 

폰으로 전해오는

아빠 보고 싶다

할아버지 보고 싶다.“

쬐고만 입술에 그리움의 언어가 오물오물 담겼다.

 

태어 난지 30개월 이서는

30년을 살아도 알기 힘든

인륜(人倫)의 사랑을 전한다.

 

꼬옥 안아주고 싶다.

 

2023. 2. 27. 20:00

<해외 출장 간 아빠, 마산 내려온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이서가 할머니 폰을 들고 와서 통화를 졸랐다하여 마음이 휑하여 쓰다.>

 

 

      

<이서가 태어나기 전 2018. 11. 쓴 글>

 

2018, at 11:41 AM, 김영석 <ysk5308@gmail.com> wrote:

 

< 상현, 지윤, 읽으렴! >

모든 일을 그 마음의 원대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너희들 결혼한지도 벌써 많은 세월이 지났구나

그동안 지혜롭게 살아왔고 지금도 주변 환경을 가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 는 너희들은 참으로 대견하기만 하다.

그런 너희들이 선택한 삶의 방향이 옳은 길로 가고 있는지 부부간의 화목이 얼마나 견고한지의 깊이는 너희들은 알고 부모인 나는 모를 일이지만,

어젯밤 엄마의 얘기를 전해 듣고 사랑하는 너희들에게 글로나마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여 행하는 일도 이루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니 우리는 겸손히 기도하고 섭리의 움직임에 순응하는 자세가 필요한 요즘이다.

너희들이 원하는 자녀는 하나님이 주셔야 얻어지는 귀한 생명인데 그 생명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하여 실망하거나 좌절하지마라아빠도 항상 그런 마음이다.

어쩌면 더 좋은 너희 가정을 위하여 하나님은 축복의 손을 잠시 뒷짐 지시는지도 모를 일이니 갈급해 하지도 말고 혼란스러워 하지도 마라! 지금까지 지켜주신 은혜만도 적지 않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아빠는 허전할 때마다 글을 쓰든가 길을 걸으면서 위로를 받는다. 그 위로는 항상 정신의 건강과 신체의 건강으로 나타나 내 삶이 무겁지도 않았고 어둡지도 않았다.

그 평화로움을 너희들에게 전하니 너희 마음도 가볍고 너그럽길 바란다!

상현이는 어느 누구보다도 분별의 능력이 뛰어나고,

지윤이는 어느 누구보다도 긍정의 힘이 강함을 나는 확실히 안다.

그 탁월함으로 너희 각자의 일에 매진하면 너희의 인생은 더 아름답다.

 

서로에게 필요할 때 주는 게 사랑이라면 필요 이상으로 원하는 건 집착이다. 너희들 필요한 걸 하나님은 아시므로 언젠가는 꼭 채워 주신다. 아빠도 그렇게 믿고 기도한다. 하루하루 가볍게 생활하고 건강 하거라!

내 사랑하는 사위 상현아! 내 기쁨의 원천인 딸 지윤아!

아빠가 보낸다.

2018. 11. 26. 새벽

 

아버님께,

연락 감사드립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에 다가와서 오래 머무르네요.

좋은 말씀 잘 새겨두어 지금 시간을 뜻 깊게 보낼 수 있도록 할게요.

 

항상 건강하세요.

 

상현 올림

 

<잡초>

예쁜 꽃 살리겠다고

잡초 뽑지를 마라.

비록 향기 없어도

밟히고 뭉개고 까 뒤집혀도

언 땅 비집고 고개 내미는 뿌리가 깊은데

꽃 보다 먼저 고개 내미는 생명력 깊은데

풀이 살아야 꽃도 살고 향기도 번지는 공리

이제는 안다

풀 없는 곳에서는 꽃도 필 수 없음을.

 

2020. 12. 22.

 

<아내의 칠순>


살면서도 몰랐고

알면서도 잊었네

당신의 나이 칠순임을...

 

내게 각인된 당신의 나이는

지금도

20대 풋풋한 섬마을 선생님일 뿐인데...

잊으라 한들 잊을 수 없는

48년 전

나의 첫 연인일 뿐인데...

벌써

딸에게 사랑받고

사위에게 대접받는

칠순의 엄마이고

손녀 이서의 할머니네요.

아니,

평생 그리움 담고 사는

남편의 아낙이네요.

 

<아내 칠순 날 서울 보내는 터미널에서>

2021221



<비통한 弔旗>

 

!

우리는 찢어진 가슴에 조기를 달고

고해(苦海)의 넋이 된 당신을 문상합니다.

 

12살 어린 딸은

흐느낌에 목이쉬어

불 꺼진 골목길을

허사로 빙빙 돌며

아빠라 부를 아빠를 찾습니다.

 

죽음보다 고독했던

살음때문에

삭풍이 부는 때에 홀로가 된

원혼을 원망하며

우리는 차라리 살아있는 아픔으로

문기둥 껴안고 통곡해야 했습니다.

 

긴 머리 손에 감고

문밖에 웅크린

또 다른 홀로의 윤기 잃은 넋을 보며

!

비통으로 펄럭이는

버팀목 없는 弔旗를 보며

 

1991. 1. 15. <절친한 친구가 스스로 운명을 달리 했습니다>

 

 


 

by 마음 | 2023/02/28 13:46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마음 정하기

<>마음이 하늘이어라!<>  

결혼 한지 45주년을 맞이하여 특별히 의례적인 행사를 계획한 것도 아닌데 마침 막내처제가 코르나 여행제한도 풀렸으니 언니들 모두 자기 집에 와서 여자들만의 시간을 보내자는 제의를 하자, 처제들 모두 옳거니 하고 미국을 가기로 하니 나로서는 결혼 45주년 기념이라는 타이틀과 칠순 기념이라는 명분까지 넣고 한 달간 아내를 보냈지만, 실상 처제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렇게 기념을 운운할 여행 성격의 미국 방문은 아니다.  

처제는 20여년 전 제부의 급작스런 사망후 외롭고 힘든 미국생활을 하며 유일한 혈육인 딸을 처제 혼자 키워 딸이 동부의 명문대 석사에 귀한 자격증까지 지녔고 직장도 든든하여 이제 겨우 주름피고 제대로 살려는데, 딸 아이가 교제하던 남자를 소개하며 결혼을 하겠다며 돌발적 선언을 하니 처제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형편의 남자여서 처제의 말인즉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는 결혼을 허락하지 않겠다며 딸이 결혼을 포기하지 않으면 35년 미국생활 청산하고 곧 한국에 나가서 살겠다.는 폭탄 선언으로 맞서는 형국이니 처제의 가정이 파탄이 나기 직전의 상황이 되었다.

30년을 서로 의존하며 지낸 딸과의 사이는 처제의 인생 전부였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처제도 나이가 들어 혼자 지내는 게 쉽지는 않지만 이제는 홀로서기를 위해서도 딸의 결혼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목사 사모였던 처제인지라 신앙의 결이 맞지 않는 사위감에 대한 반발로 결혼을 결사반대하자 경제적 능력이 충분한 딸은 반대만 하는 엄마를 더 이상 설득이 안 된다며 별도의 살림집까지 마련하여 집을 나가 버렸으니

언니들의 입장에서는 저러다 막내가 독한 마음이라도 품을까 싶어 당분간 미국에 같이 있어줘야 해서 한 달간씩 가 있기로 한 사정이다.

참으로 난감한 입장에서의 미국 여행이다 보니 출발하기 전 아내의 한마디가 "언니 노릇하기 어렵다!"였다. 그 말이 연상되는 한시(漢詩)는 논어별재(論語別裁)

"하늘이 하늘 노릇하기가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네,

뽕잎 따는 아낙네는 하늘이 흐리기를 바라네.”   

하늘이 하늘노릇 하는 것도 어렵고, 사람은 각자의 생각으로 역경(逆境)과 순경(順境)을 받아들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결국 자신이 살아 온 삶의 결론일 수밖에 없다. 어쩌랴! 처제의 입장을 이해는 하면서도 또한 성년인 처조카의 인생을 함부로 관여할 수도 없는데...

그래서 아내를 통해 편지 한 장 보냈다.

<정미처제 읽으렴!>

정미를 처음 본 19731224일은 내가 언니를 만나서 집에 인사를 하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 언니와 마중 나온 중학생이던 정미가 손을 흔들며 웃는 모습이 너무도 언니와 흡사하여 정겨웠고, 군복무 중 광주비행장에 면회도 언니와 함께 왔고, 장 목사와 결혼 후 이랑이를 잉태하여 만삭의 몸으로 귀국하던 배불뚝이 정미도 기억하는데 형부로서 보다 처음부터 정미는 내게 남다른 혈육의 정까지 지녔었다.

내가 이런 과거를 회상하면서까지 서두를 잡는 이유는 오늘 정미와 이랑이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언니로부터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정미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유일한 혈육인 이랑이를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했을까 싶어 내게도 충격이고 아픔이어서 언니 미국 보내면서 아버지 어머니 계신 기억의 큰 나무를 찾았다.  

정미야! 하나님께 기도하는 영성은 정미가 더 뛰어났음으로 내가 기도얘기 하는 것은 외람되지만, 내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위한 기도는 기도의 제목이 아닌 것 같다. 비록 자식일지라도 의 전부를 놓고 정미가 원하는 바를 기도하여도 하나님인들 어떻게 각 사람의 인생 전부에 일일이 응답이 가능하겠어? 기도는 하되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는 게 옳은 기도 응답일 거야.

이랑이의 인생은 이랑이의 것이니 그냥 이랑이의 생각대로 살라고 놓아주면 어떻겠니? 이랑이의 생각을 바꾸고 정미가 원하는 바대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이라면 기도를 포기하라는 말은 못하겠지만, 이미 타이밍이 지나간 기도라면 달리 이랑이의 운명적 선택을 바꿀 수는 없잖아!  

또 과거 얘기다만 장 목사 수술실 가기 전 내가 장 목사와 나눈 대화에서 장 목사는 수술이 실패할 경우, 내게 정미와 이랑이를 부탁한다고 하여 나는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을 했고, 그 보호자로서의 부채는 지금도 그대로야. 때문에 정미와 이랑이는 내 딸들처럼 항상 내 마음에는 내가 보호자인거야.

정미 네 마음이 상하고 아파도 현실을 인정해 주는 게 엄마의 도리이고 역할이지 네 의견에 따르지 않는다고 부모 자식 간의 정리를 끊겠다는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되고 결코, 생각조차 품지마라!

내가 정미 너의 입장이 아니라하여 이렇게 되지도 않는 소리 하느냐고 힐문하겠지만, 얼마 남지 않은 우리 인생보다 그래도 더 많은 인생을 살아야 할 이랑이에게 마음에 옹이 박히면 안 되잖아!

그러니 한 번만 마음을 비우고 네가 이랑이 입장이 되어보렴.

나로서는 처제의 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랑이의 의견도 존중할거야. 부디, 처제의 마음이 평안해지길 바란다.

 

2022. 10. 5. 마산 큰 형부 씀 .

 

by 마음 | 2022/11/29 13:51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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