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 흡입의 죄

책 읽기 벌()

 

부산지방법원 김미경 부장판사에게 꼭 물어보고 싶다. 그렇게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피고인 여학생에게 어떤 형사적 처벌을 하였는지,

뽀얀 얼굴에 맑은 눈빛을 하고 있는 18살 피고인이 이번만 용서해주면 다시는 하지 않겠습니다!” 힘없는 목소리로 최후진술을 마쳤을 때 형사재판장의 마음은 과연 법과 정의, 정과 윤리의 갈등을 어떻게 인내하고 선고판결을 하였는지,

반면, 최후 진술을 들은 여학생의 아버지는 재판장님 안 됩니다. 이번에도 용서하면 딸은 영영 구제되지 못합니다. 반드시 구속시켜 주십시오!”라고 절규하는 이 기막힌 상황에서 자녀를 둔 어미로서의 연민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김미경 부장판사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정의(正義)는 정의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법정에서 눈물을 보일수가 없어 단호히 아버지의 발언을 중단 시켰다고 했다.

법과 양심에 따라 엄격한 증거재판을 해야 하는 게 두렵고 슬프다고 했다.

벌써 몇 번 처벌을 받았음에도 유혹을 끊지 못하고 반복해서 늦은 밤, 아파트주차장에서 검은 비닐봉지에 머리를 박고 본드를 마신 채 아빠도 알아보지 못하는 18살 여학생의 본드중독을 어떻게 끊게 할 것인지 아비는 울부짖고 딸은 용서해 달라하고…….

 

2018129일자 법률신문에 게재된 안 그런 척 하기의 글을 읽으면서 나 역시 먹먹함에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상황을 직접 겪어야 했던 김 부장판사는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한 감정억제가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에 대한 나의 소회다.

법의 심판이란 결국 죄에 비례한 처벌로의 귀결이지만 재판장은 양심과 법의 잣대에서 고독한 싸움으로 법적 정의에 맞는 판결을 내려야 하는데 과연?

공이불명(公而不明), 공정함만 따지고 현명함을 잃지는 않았을까,

명이불공(明而不公) 현명하기만 하고 공정함을 잃지는 않았을까,

아니 그 분은 마음이 아닌 증거로만으로도 분별력 뛰어난 밝은 판결을 했으리라 믿는다.

 

우리의 형법은 죄의 질에 따라 8가지의 형의 종류로 나눠있지만 결국은 구속이냐 불구속이냐가 법의 엄중함이다.

조건부 구속이라든가 조건부 불구속을 결정하기가 어렵다. 형사적 처벌임이 분명함에도 집행유예를 선고하면 사람들은 결국 불구속을 용서라고 보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환각제를 반복하여 향정신성 위반으로 처벌 받아야 할 위의 여학생에 대하여 구속이 불가피하다면 여학생 스스로 극복할 힘을 길러주기 위해 심리 상담과 병행하여 강제적으로나마 인문학의 고전도서를 선정하여 읽게 하면 왜 환각제가 위험한지, 환각제를 반복할경우의 인생이 얼마나 황폐해지는 지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형벌은 아닐까!

부모와 학교가 강요해서는 따르지 않음이 분명하니 구속된 후라도 일찍 구속에서 벗어나려면 정신치료와 병행하여 선정된 책을 필독하게 하고 독후감을 제출토록 하면 자유의 몸이 된다고 선고한다면 조금이라도 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누가 뭐라해도 자신이 극복하지 않으면 해결이 없는 환각 유혹을 이기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교도소든 소년원이든 사악한 주변 환경에 물들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 깨닫는 반성의 기회를 줄 형사 처분은 없는가!

안쓰럽고 먹먹한 심정으로 죄와 벌의 본질과 한계를 혼자 되새김해 본다.

 

2018. 2. 5.

 

참고:

본드흡입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환각상태가 되어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되므로 본드흡입이 죄가 되는 것은 화학물질관리법 제22”에서 규정하고 있다.

by 마음 | 2018/02/07 15:06 | 隨想 | 트랙백 | 덧글(0)
믿음의 말, 아름다운 말

신언불미(信言不美)

믿을 수 있는 말은 아름답지 않아도 믿지만, 아름답게 말해도 번드르르한 말은 믿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말이 아름답지 않아도 믿음이 가고, 신뢰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아름다운 말로 꾸미고 장식해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선자불변(善者不辯), 변자불선(辯者不善) 또 착한사람은 말을 잘 못하고 말을 잘하는 자는 착하지가 않다고 한다. 

그러니 말이 많고 번드르르다면 속임수가 깃들어 있으니, 듣기좋은 말만을 하는 사람은 경계해야 하는 게 삶의 지혜이다.

상담을 하면서도 자주 느끼는 부분이다.

법을 몰라서 찾아왔다는 사람일수록 말이 많다. 대부분

상대방은 법을 알고 자기는 법을 몰라 억울한 피해를 입었으니 도와 달라는 얘기를 한다. 지난번 찾아온 건물 임대주가 그랬다. 공장지대 가까운 곳에서 원룸 임대를 하는데, 임차한 사람 대부분이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란다.

보증금 3,000,000원에 월임차료 200,000원이 되니, 돈이 없는 임차인들은 대부분 방 하나에 혼자가 아닌 2~3명이 사용을 하여서, 계약이 끝나고 나갈 때가 되면 방이며 화장실이며 가전도구 어느 하나 성한 게 없어 손해가 막심한데 보장 방법이 없으니,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기 위해 찾아 왔다는데,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원룸을 계약할 때는 혼자 사용하기로 하지만 나중에 2~3명이 들락거리는 걸 어떻게 막을지 나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여서, 특약사항으로 혼자서 깨끗이 사용키로 하고 여러 명이 사용함으로 가재도구나 기물손괴가 있으면 그에 대한 손해금액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계약 종료 시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는 내용을 기재하면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답변으로 상담을 마쳤다.

그런데 이 임대주 아주머니, 자기는 법을 몰라 그런 내용을 작성할 줄 모르겠으니 그 내용을 좀 적어 달라는 요구를 한다. 충분한 상담을 해줬지만 문구까지 적어달라니 좀 그렇긴 하지만 몇 문장의 예시문을 적어주고 상황에 맞게 사용하시라며 기왕지사 끝까지 친절하게 대해준게 그날의 상담이었다.

그로부터 몇 달쯤 지나, 이 임대주 아주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보증금에서 방 수리비 제외하고 절반만 돌려주고 임차인을 내보냈는데, 어제 법원으로부터 나머지 보증금 돌려 달라는 전자 소장 부본을 받았단다. 근로자는 아예 변호인까지 선임하여 소송을 해왔으니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곰곰 상황을 정리해 보니 이 아주머니 계약시에 없던 특약사항을 혼자 적용한 것 같다. 이때부터 법을 모른다는 이 임대주의 언변이 얼마나 술술 나오는지, 듣다보니 법원 등 변호사 사무실까지 찾아가서 상담을 받을 만큼 받았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경제적으로 변호인 선임은 어렵고  법을 모르는 자기만 당하게 생겼다며 하소연을 한다. 덧붙여

법무사님이 그때 상담을 잘해주셔서 고민도 해결되고 주변에 친절하신 법무사님 성함도 소개도 했다는 등, 그런데 나쁜 임차인들이 동의하고 돈을 받고 나갔음에도 자기를 상대로 이런 소송이 들어왔으니 이제 그 대처 방법을 알려 달라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법원과 사건번호를 묻고 지급명령에 따른 이의신청과 답변서 작성요령을 설명해 주었지만. 법을 모르는 자기로는 안 되니 어찌 하냐며 전화를 끊지 않고 끈질기게 사정을 하여, 결국 내가 두 양식을 스마트폰 사진으로 찍어 보내 주고야 말았다. ()의 한자 뜻에는 예의와 도리를 나타내는 의미도 있는데 그 법을 모른다니 달리 할 말이 없다.

이 임대주 아주머니 부드럽고 아름다운 소리로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는 번드르르한 말을 수차하며 전화 끊었지만 지난번 상담료는 물론 어떤 비용도 지출한 바 없다.

나로서도 요구 하지도 않았고 기대도 없다. 이 아주머니 아니고도 상담인 중 이악스런 사람들 지천인데...

신언불미(信言不美), 미언불신(美言不信)

인간관계에서 믿음성 있는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성이 없다.” 라는 노자의 도덕경을 다시금 확인한 셈이다.

 

2018. 2.  2.

by 마음 | 2018/02/02 15:50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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