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지공선사(地空禪師)라는 말이 있습니다.

청량리에서 춘천까지 가는 교외선 열차를 청춘열차라 부르는데, 손님의 주류가 65세 이상의 젊은 노인들로, 이들이 공공시설을 무료로 이용하는 복지 혜택으로 공짜로 지하철을 타고 데이트를 즐긴다하여 붙여진 비아냥거리는 조어라 하니 그 씁쓸함이 무겁기만 합니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법과 정책으로 6,70년대의 산업 역군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온 노인에 대한 배려를 한다지만 현실이 팍팍해 과거를 생각할 겨를이 없는 젊은이들은 일 없이 공짜만 즐기는 노인들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조선후기 학자인 홍만종의 잡기, 옛날 글하는 사람들의 말과 민가의 속담을 기록한 책, 순오지(旬五志 1678년 숙종 4)에서 노인의 뱃가죽이 두꺼우면(老人潑皮:노인발피) 아무런 유익이 없다.”고 합니다.

노인발피(老人潑皮),나이든 사람의 배가 나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건강의 적신호이니 조심하라는 뜻도 있겠지만, 좀 더 의미를 부여 한다면 노인이 욕심을 부리는 것, 일을 하지 않으며 대접을 받으려는 것, 등이 결국 해롭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어떻겠습니까!

곤충학자 정부희 박사의 신비한 곤충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깨닫습니다.

  <하루살이>

하루살이 곤충이

하루를 사는 것은 축복입니다.

해가, 뜨고 지는 우주의 변화도 보았고

햇빛과 공기를 온몸으로 적시며

할 것 다 하고

번식을 위한 알까지 낳고 죽으니

하루살이 생명에 부족할 게 무엇입니까?

태생적으로 입이 없는 하루살이는

이틀을 살 수 있고, 삼일을 살 수도 있지만

사는 만큼

힘겨운 살음의 투쟁, 주림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숙명이어서

하루를 살아도

무덤 같은 병실에서 목숨을 거부하지 못해

연명 치료하는 인간보다

누추함이 없습니다.

  <인간 생명의 존엄을 폄훼하자는 뜻이 아님을 첨언합니다.>

 

2017. 11. 1

 




by 마음 | 2017/11/03 10:43 | 隨想 | 트랙백 | 덧글(1)
마음

<마음먹기>

  며칠 전 밤 운동으로 걷다가 발목이 접질려 압박붕대까지 감은 상태로 지내던 아내가 무청시래기에 함유된 식이섬유가 성인병 예방과 혈액순환에 좋다며 무청 무청 노래를 부르든 차 친구의 전화를 받은 직후 갑자기 주말농장 가겠다고 나선다.

발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일손을 놓고 청소도 나 보고 하라던 아내였던지라 움직임을 자제해야 한다며 말렸지만 오히려 내게 힘 쓸 기회를 줄테니 함께 가자는 재촉이다.

하기는 21세기 최고의 황금연휴 10일을 놀게 되었지만 피곤한 여행보다는 집에서 뒹굴기로 이미 작정했던 터라 T. V로 영화 보든가 빈둥거릴 일만 남았는데, 아내의 지청구를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아내 친구가 소유한 주말 농장이라지만 몇 평 되지도 않는 밭떼기에 상추, 배추, 무우. 고추 등 안 심어놓은 농작물이 없을 정도이다.

바지런 떠는 친구 덕분에 아내야 건성으로 얼굴만 내미니 공동경작이랄 것도 없고 더구나 내가 갈 일은 전혀 없었지만 가끔 풋풋한 채소는 공급 받는 편이다.

오늘은 먹거리 무청을 모아 두었으니 가져가서 삶아 먹으면 된다는 친구의 전갈이었지만 막상 가보니 흙이 묻은 무청을 그냥 싣고 올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불편한 다리를 끌고 여기까지 온 아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그냥 가자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결국 나무의자 하나 찾아 아내를 앉히고 나는 고무대야 뒤집고 걸터앉아 채소 뿌리를 잘라내는 작업을 하기로 하였다. 참으로 내 기억으로 평생 처음 밭일을 하는 듯하다.

 추석명절 한가위 전날, 팔자에도 없는 농부 흉내를 내는 내 꼴이 한심한 것 아니냐고 웃으며 투덜거리자, 시래깃국 끓여주면 먹기는 혼자 다 먹으면서 이 정도 품도 못 파느냐고 핀잔을 주는 아내도 웃기는 마찬가지다

잠시지만 흙을 만지며 뿌리 자르는 작업을 해보니 농사짓는 분들의 힘겨운 노동이 무엇인지 알 듯도 하여 문득, 고된 노동 없이 살아 온 내 인생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약,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면 이런 노동을 항시적으로 하며 자랐을 것이 아닌가! 오늘날 아프리카 빈민국처럼 세계적으로도 가난에 찌들었던 우리나라! 정말 힘겨웠던 6. 25동란 후의 50년대에 태어난 나의 세대가 지금처럼 경제개발에 성공하여 세계적 부국으로 살아감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스친다. 오늘날 금수저, 흙수저 타령하는 젊은 세대들 중 일부는 이 나라에서 태어난 게 헬 조선이라고도 한다지만, 그들은 굶주림의 절박함을 극복해야 했던 5,60년대의 비참했던 생활상을 경험하지 못했으니 기성세대의 생각을 어찌 알!

하긴, 같은 세대일지라도 환경과 처한 형편에 따라 생각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음은 얼마 전 어느 공직자가(문무일 검찰총장) 임명받는 자리에서 인용하였다는 한시(漢詩),논어별재(論語別裁, 대만학자 난화이진의 )를 읊은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나도 그 대목을 기억한다.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네,

아니 뽕잎 따는 아낙네는 하늘이 흐리기를 바라네.”

  불멸의 진리는 역경(逆境)도 순경(順境)으로 생각하는 마음먹기 나름! 생각이란 결국 자신이 살아 온 삶의 결론이다.

그렇다!

일체유심소조(一切唯心所造)의 깨침은 불교 화엄경에서의 핵심 사상이지만 범부인 나도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니 소소한 일상에서의 즐거움이 따른다. 그 마음으로 살아 온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내 인생이 고맙기 그지없다. 60넘게 살아오면서 생존을 위협받은 곤경과 부침이 왜 없었을까마는 추석 명절 앞두고 흙무더기 밭에 앉아 서투르게 일하며 함께 웃을수 있는 이 무던한 여자는, 1973년 8월 황포 포구에서 천신만고 끝에 만난 박선생이고‘1977103결혼한 나의 각시이다.

오늘 결혼 40주년 이다.

 

2017103

by 마음 | 2017/10/13 11:17 | 隨想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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