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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첫 날, 나를 보며 시작하고

마지막 날, 한숨 쉬며 나를 보내지만

나는 인류문화의 살아있는 역사(歷史)입니다.

 

때로,

나를 보며 흘러간 추억을 더듬는 은퇴한 60대도

힐끗힐끗 나를 보며 며칠남지 않은 거사를 도모하는 초조한 수험생도

눈 뜨자마자 나를 보며 황홀경 도가니에 빠진

결혼을 꿈꾸는 29세 신부도 있습니다.

 

그 날을 위해

내 얼굴에 동그라미도 그리고, 곱표도 쳐놓고

생일을 찾고 가슴앓인 추념일을 기억하려

내 얼굴 쥐어박는 밉다 못할 군상들도 많지만

그리움 안고 시대에 순응하며 잊히는 내 역할이 슬프기는 매한가지,

나는 이제 인류문화의 사라지는 역사(歷史)입니다.


그래도

번지 없는 두메산골 방벽 한가운데 나를 걸어두고

손주, 자식 올 날 여드레 남았다고 넓은 내 얼굴 따뜻하게 문지르는

팔순 노모의 거북손이 안타까워

아직은 내가 존재한답니다.

 

2020. 3. 13.

by 마음 | 2020/03/17 16:10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별이 빛나는 밤에

<별이 빛나는 밤>

1.

꿈이 있어도 세월은 가고

꿈을 잃어도 세월은 가는데

별은,

내가 쳐다보든 말든

저 홀로 반짝이며 그냥 그 자리 지킨다!


중얼거리도록 보고 싶은 사람도

구멍 숭숭 뚫린 그리움도 한 때,

맹렬히 타오르든 정욕조차 시나브로 말라버린 부질없는 밤에

혼자서 별을 보니

청춘은 빠르고 황혼은 더딘 육신이 보인다.

얼마쯤 쓸쓸하다 그마져 지쳐버릴 텅 빈 마음도 보인다.

 

2.

별이 빛나는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이면

진해 태백동의 정구장이 보인다.

 

황금의 비조리들!

실없이 막걸리 권하는 조재홍이 보이고

바지런히 음식 만드는 김영희가 보이고

진해를 잊지 못할 오세준도 보인다.

 

코로나19로 정구장 문 닫고 보니

고함소리 더 높던

금요일 밤이 그립다.

정구를 사랑하는 회원들의

눈빛이 더욱 그립다.

 

  

by 마음 | 2020/03/05 18:00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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