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권

 

<점유권을 다투는 자>

  이삿짐을 싸지 않고 점유권을 주장하면 이사비용을 받을 수 있다고 버티는 용감한 민원인이 찾아왔다.

자리에 앉자마자상담비 받습니까?”물어서괜찮습니다!”로 시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난 기초생활 수급자라며 너무도 당당히 돈 없음을 정당화 한다.

그런데 인근 주택재개발 지역의 임차인 이라는 이 분의 불만은 갈수록 황당하다. 비록 정식 계약서는 없지만 자기는 현재 주택에서 살고 있는 점유자니까! 재개발조합이든 임대인이든 자기에게 이사를 가라고 하려면 이사비용을 지불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반문하듯 내게 확답을 요구하니 좀 뻔뻔한 사람이어서 계속 상담을 해줘야하나! 하는 불쾌함이 생긴다.

그렇지만 이런 막무가내의 사람일수록 참고 그 분의 얘기를 많이 들어줘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아는지라 무덤덤하게 듣다보니

이 분은 임대인과의 정당한 계약으로 철거대상의 주택에 들어 온 것이 아니라 전임차인으로부터 전대차계약으로 인수를 받고 들어온 승계점유자이다.

현재의 주택이 재개발지구로 확정된 후, 전 임차인은 이 분에게 보증금 없이 자기가 밀린 몇 달치의 전기세만 내고 살면 된다하여 계약의 효력이 무효한 시점에서 점유를 이전받은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전 임차인과의 약정문서나 전대차계약서는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그런 계약서도 없고 전임차인이 알려준 임대인 통장으로 5만원씩 몇 달 월세는 보냈다는 것이다. 월세가 그렇게 밖에 안 됩니까? 묻자, 전 임차인으로부터 인수 받은 대로라며 월세로 나갔던 전기세로 나갔던 나는 월세주고 살고 있는데 왜 전기를 끊었느냐?’며 그걸 법적으로 해결해 달라는 배짱 민원인이다.

이 분의 생각으로는 전 임차인의 권리를 승계 받았으므로 마냥 버티면 임대인이나 주택 재개발조합에서 이사비용을 주며 집을 비워 달라고 사정할 줄 알았는데, 찾아오기는커녕 오늘 당장 전기가 끊어지는 통에 이유를 따지러 한국전력 사무소에 가보니 전력공급계약자인 임대인의 신청으로 전력을 단전하였으니 임대인에게 가보라 하고, 임대인을 찾아가니 당신은 나와 계약한 사실도 없으면서 내 주택을 무단 점유하였고 철거가 곧 시작되는데도 이사를 안가니 달리 방법이 없으니 법대로 하라!”고 배짱을 부린다며 법무사가 해결사라도 되는 줄로 착각하고 찾아온 이 민원인!

 

점유권원의 물권적설명이 쉽지도 않고 또 사실상의 점유자라 하여 점유권이 있다! 없다! 의 법리적 해석을 이해시킬 수는 없지만, 정당한 점유권원은 사회통념상 선의(善意)의 점유여야 한다는 설명을 끈덕지게 하고, 이삿짐을 싸든 안 싸든 결정은 본인이 해야 할 일이지만, 도시주거환경을 위한 공익적 목적의 주택정비 사업이 점유자가 버틴다고 공사를 중단할 수도 없고 결국 사업의 성격상 철거는 강행이 될 것 같다는 은근한 암시로 설득을 하였다.

이 분이 살고있는 주택이 강제철거의 대상임은 사실이다.

아무리 현실적 점유권을 주장해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서 정한 <정비구역 지정, 고시> 절차이후의 점유자는 달리 구제방법이 없다. 악의(惡意)의 무단점유로 보기 때문이다.

이 분은 전 임차인으로부터 기망을 당한 것과 당장의 주거지를 잃는 경제적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버티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 하지만 법은 절차적 정당성을 지녔으니 더는 버티지 말기를 당부하며 애 둘러 상담을 마친다. 이 민원인이 임대인과 전 임차인 및 가진 자에 대한 적의가 강하여 내가 임대인이나 주택재개발 조합의 철거논리를 대변 하는듯한 인상을 줄 수는 없어서다.


자기처럼 억울한 사람에게 대책이 없다고 말하는 내 얼굴을 날카롭게 응시하며 무겁게 일어서는 민원인을 보니 마음 한 구석이 찹찹해진다. 백 명의 상담인에게는 백 개의 절박한 사연이 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부디 뾰족한 감정을 잘 다스려 이사 문제가 평온하게 마무리되기를 기대해 본다.

딱한 상담인은 있어도 착한 해결사는 없다!

2018. 4. 20.

by 마음 | 2018/04/25 10:55 | 隨想 | 트랙백 | 덧글(0)
정구가 좋다!

나잇값

첫 인상이 좋아도 겪고 보면 피곤해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처음에 조금 거북한 사람이라도 지내고보면 길게 여운이 남는 사람이 있으므로, 첫 만남으로 쉽게 판단을 할 일은 아니지만 사람의 사귐에는 인연이 어떻고 관계가 어떻고 떠나서 끝까지 진지함을 유지하며 여운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크나 큰 행운이다.

학창시절, 젊은 시절 멋모르고 좋아서 뒹굴던 여러 명의 친구와 동료가 있었지만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가니 모두가 덤덤하기만 하다. 믿고 서로 의지하여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관계의 사람이 가족 외에 과연 존재하기나 한 것인지,

그런 연유로 사람보다는 自然이 좋다. 이좋고, 이좋다. 강풍에 시달려 뿌리가 움파인 구봉산의 밤나무가 차라리 정겨워 무상한 생각이 들 때마다 인근 산을 오르거나 창녕 남지 낙동강 주변을 자주 거닐었다.

나이 들면 외로움은 당연하고 사람 사귐이 힘든 것이야 정해진 이치니 쓸쓸함을 순리로 받아들이는 참에 최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신선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고있다.

 

20년 넘게 등산과 골프를 운동 삼고 주말을 보냈는데 몇 달 전부터 예전에 즐겼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40대 후반까지는 테니스를 무던히도 즐겼지만, 어느 해부터 엘보로 고생하여 접었던 운동이었는데 지난해 여름 교토에 잠깐 머물면서 딱딱한 테니스 공 대신 일본인의 체질에 맞게 변형되었다는 연식정구를 접하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 복식게임을 하며 정구를 칠 때마다 빵!빵! 내는 소리가 내 마음을 현혹하였고 말랑말랑한 고무공의 살가움이 꼭 내게 맞을 것 같아 바로 시작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테니스와 거의 비슷하지만 임팩트의 충격이 적은 정구는 그 재미가 여간 달지 않다. 동적인 움직임도 테니스와 다를바 없어 나부대기 좋아하는 내 체질에도 잘 맞는 운동이다.

땀 흘리며 뛰고 승부를 볼 때는 거침없이 휘두르고 그러다 지치면 물마시고 쉬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호회의 사람을 만난 것이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2-3번씩 부대끼다 보니 멀리 떨어진 친구보다 내 정구 파트너가 반갑기 그지없다.

활기차게 즐기고 소리도 지르면서 스트레스 해소에 더 없이 좋지만, 시합을 하다보면 젊은 시절 뛰어다니던 것처럼 잽싸게 뛰지는 못하여 연배가 10년 이상 차이나는 내 파트너가 내가 뛰지 못한 만큼을 대신 뛰느라 숨을 헐떡이는 게 재미도 있지만 가끔씩은 미안하기도 하다.

내 나이에 이토록 체력을 소모하는 운동을 왜 하느냐고 반문하는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기술이 체력보다 월등하다며 허세를 부리기도 하지만 기실은 정교한 기술이 내게 있지도 않다.

모든 게 때가 있듯 보리 안 패는 3없고 나락 안 패는 6없다.’지만 나는 이미 낙엽 지는 10을 맞이한 나이로 때늦게 젊은이들과 어울려 나만 희희낙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한 번씩 들기도 하는데 다행히 젊은 회원들은 나를 동호인으로 사회적 연배로 배려를 많이 해준다.

 

그 들의 얘기인즉, 동네마다 들어선 실내골프가 대중화 되어 왠만하면 모두 골프를 친다며 무거운 채를 들고 다니지만 막상 정구치는 사람은 귀하고 또 칠만한 공간도 코트도 없어 회원 한명 늘이기가 요즘 신생아 찾듯이 힘들기만 했는데,

내 집에서 먼 곳까지 내 스스로 찾아와 정구를 배우겠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반가운데 서너 달 함께 치다보니 예전의 테니스 감각이 살아나 게임시에 구석구석을 찌르는 노회한 나의 로빙 볼로 인해 차원이 다른(?) 시합을 하게 되었다고들 웃는 것이다. 물론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겠지만, 나로서는 명분도 얻었고 자신도 생겼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속담은 진리와 다를바 없다. 

그래서 다른 회원들보다 회비를 조금 더 내기로 작정하고 찬조금을 내 놓으며 나잇값으로 쳐 달라고 하니 내 마음도 가볍고 동호회 분위기도 화창한 봄날이다.

,빵, 소리 나는 정구가 좋다!

 

2018. 4. 3.

 

 

by 마음 | 2018/04/04 12:46 | 트랙백 | 덧글(0)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