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 위장이혼!

<황혼이혼, 위장이혼>
2010. 10. 18.자 법률신문 게재)


이혼에 대한 법률상담이 법무사의 본업이긴 하지만, 30년 넘게 살아온 50대 후반의 사람들이 찾아와 이혼을 해야하는 그들의 한맺힌 얘기를 듣다보면 같은 연배고 동시대를 살아온 나로서도

이혼보다는 화합이 중요하다는 당연한 가치를 말할 수 없게 된다.

그 분들은 이미 고비고비 넘기며 용서도 하고 화해도 하고 견딜만큼 견딘 상처받은 지난(至難)한 세월을 더 이상 악몽으로 남기고 싶지 않은 까닭에 이혼이라는 절차를 밟기 위해 찾아 왔는데

상담하는 입장이라 하여 ‘남은 인생 그냥 사시는 게 좋지 않겠느냐! ’는 권유는 쉽게 할 수도 없고 한다한들 오히려 시건방진 말에 불과할 뿐이다.

 

사람마다 질박하게 살아온 그들만의 인생고초! 내가 무슨 말을 한들 그 서리서리 맺힌 한을 쉽게 포기하겠는가!

이러한 황혼이혼을 하려는 사람들과의 상담엔 내 입을 봉하고 무거운 가슴으로 그들의 말을 많이 들어주는 외에는 달리 설득하고 설명 할 지식도 필요치 않음을 깨달았다.

 

자식처럼 피가 섞이지도 않은 부부란,

용서받을 사람이 먼저 용서받을 만한 자세로 변하지 않는 한 상처입은 피해자가 먼저 용서하는 마음을 품을 수 없음이 부부로의 한계였다.

 

황혼이혼의 당사자들의 이혼사유를 듣다보면

이혼을 당하는 당사자인 지혜없이 늙은 남자의 공통점이 있다.

 

같이 늙었음에도 자신만 대접받겠다는 이기적 남자,

경제권도 경제력도 없으면서 권위적 태도만 내세우는 남자! 가 주를 이룬다

 

황혼기의 여자들은 대게 지금의 주벽과 폭력을 이유로 이혼이라는 반란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그러한 잘못을 했음에도 지금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남편에 대한 응징으로 가출이든 황혼이혼을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부부는 늙을수록 함께 사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서로 배려하는 게 가장 평범하고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인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지치고 힘들게 하는 이혼상담은 오히려 젊은 부부에게서가 많다. 30대 후반 A녀가 찾아 온 것은 한달 前이었다.

처음엔 남편의 채무가 많은데 부인인 자신의 입장에서 재산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상담이었으므로

가사대리권에 의한 부채가 아니면 남편의 사업상 채무나 사행적 채무는 부부라고 하여 함께 부담을 안을 필요는 없다는 설명으로 여자의 고민을 해결해 주어 잘된 상담으로만 알았다.

 

그러나 한달 후 다시 나타난 여자는

주거지를 시가(媤家)가 있는 면 단위 농촌지역으로 옮겼으니 남편과 부담없이 이혼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 부담이란 다름 아닌 양육할 자녀를 시가집에 맡겼기 때문이라니 더 할 말이 없어진다.

 

이 사례의 부부는 대도시에서 부인이 학원을 운영하고 남편의 직장도 꽤 괜찮은 중산층으로 사회활동을 하였는데 어느 날 알고 보니 남편이 경마도박에 빠져 부인 몰래 쓴 회사돈과 카드빚이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었다.

 

한달 가까이 고민하다 내린 젊은 부인의 결론은,

가정파탄의 책임있는 남편이 신용불량자로 살든 파산자로 살든 알아서 살고 자신은 자녀를 데리고는 사회활동을 할 수 없으니 면소재지 남편의 고향집에 있는 60대 시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남편의 부채가 해결되면 재결합(?)하기로 합의를 봤으므로 재판상의 이혼청구를 작성하겠다는 것이다.

(법무사인 나로서는 위장이혼임을 알고는 서류작성 할 수없으니 협의이혼으로 권하였다!)

 

사랑하지만 헤어진다는 그런 순애보적 이혼이 아니라 경제적 파탄의 책임은 파탄자 스스로 해결 하는 게 여자의 재산보호를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는 생각을 정리한 것이란다!

부부로 살다보면 남편이든 부인이든 실수도 할 수 있고 실패도 할 수 있다. 물론 좋은 실수란 없다!

그러나 이럴 때 비로소 상대방을 용서하고 위로하며 재기의 노력을 기우리는 것이 부부의 도리가 아닌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요즘의 젊은 부부는 사랑없는 결혼생활은 견디어도 경제적 고통분담은 원천적으로 거부한다는 태도다.

 

이렇게 지혜롭고(?) 당당한 젊은 부부를 보면서 과거의 우리네 가정을 지키든 자녀중심의 가족애는 이미 재산적 가치앞에서는 동화 같은 얘기다.

 

아내가 근무하는 면단위 농어촌의 초등학교에는 인근 주변의 학생들을 통학버스로 실어 날라도 한 학년 학급수가 10명이 안되는 초미니 학교인데 저학년 일수록 수는 줄어들어 전학생이라도 오면 반가울 정도인데

벽지 농어촌 학교의 예산지원은 엄청나 시설 및 점식 무료급식은 물론 학생들의 학용품 일체와, 체육행사시 전교생의 체육복도 학교에서 사주는 정도란다.

 

그런데 학생들의 가정환경을 살펴보면 부모와 함께 사는 학생수는 몇 명에 불과하고 70%가까이가 결손 가정이거나 조부모나 고모 혹은 이모가 키우는 경우라니 그 실태는 여간 심각하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은 바로 이혼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자녀는 시골의 부모님에게 맡기는 40대 전후의 젊은 부부들의 사고(思考)가 낳은 결과이다.

위의 젊은 부부도 이혼 후에는 아내의 학교에 자녀를 편입시킬 것 같다!

 

부동산 경기라곤 없는 읍 단위 소재지에서 사무실 운영은 하루하루 힘겨운데 법률상담으로 찾는이 마저 이렇게 무거운 이혼상담이 주종이니...

법무사의 책무는 고뇌의 해결사 노릇일 수밖에 없음을 어쩌랴!

 

2010. 10. 11. 

by 마음 | 2010/10/14 11:29 | 隨想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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