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정신

허수아비 춤(독후감)

 

“조정래의 장편소설!  “경제민주화 청사진 제시...?”

“허수아비 춤”에 대한 이런 거창한 광고만으로도 이 책은 이미 베스트셀러 반열에 들어갈 정도로 작가에 대한 인지도와 국민적 존경심은 대단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동안, 조정래 작가 특유의 탄탄한 구성, 철저한 고증, 혼신의 작가적 기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출판사의 과대포장인가? 마치, 무늬만 입힌 합성 재질을 자연목재라고 선전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멈출 수 가 없었다.

이 책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에서와 같은 조정래 작가의 정신이 없는 상업주의 인기주의에 편성한, 주간지 가십(gossip)난의 열거이고

개성없는 천박한 경제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지탄받는 기업운영의 단면을 그린 단순소설에 불과하다.

이런 정도의 글을 마치 민족정신으로 경제전반을 해부 한 듯한 작가의 고뇌로 그려진 창작물이라고 한다면 그동안 조정래 작가 자신의 소설에서 많이 지적한 소작인 많이 거느리고 노력없이 수확하려는 부재지주의 축적과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고 “허수아비 춤”이 나쁜 책 이라는 뜻은 아니다.

작가의 권위와 명성에 비해 그동안 국민을 감동시켰든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의 장편에 비해 작가의 역량이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 독자로서의 실망감이 이런 불만을 토로하게 하지만

독자중엔 우리나라 일류기업의 탈세의 속성과 비열한 음모를 처음 접하는 자도 있긴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허수아비춤은 기업비리의 속성과 돈의 노예가 된 인간의 허영이, 얼마나 이 사회를 더럽히는지를 아는 계기도 될 것이다.

마침 요즘 시중에 화젯거리인 SK그룹의 2세대 최철원 전 엠.앤.엠 대표의 야구방망이 사건만 봐도 일류 기업인이라는 사람들의 의식구조엔 돈이면 인간의 존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무소불위의 세도를 무법으로 자행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허수아비 춤도 춤이므로  정말 우리나라의 경제부흥을 일으켰든 노동자들의 피와 땀! 우리상품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초창기 경제인들이 겪었든 수모와 열정, 불굴의 인내와 창의성을 우리는 찾고, 알고 넘어가야 한다.

지난 동유럽 여행에서 만난 “신00”선생은 대기업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가 지금은 망한 기업의 대명사인 대우그룹의 초창기 멤버였던 분이다.

그 분이 대우에서 맡은 역할은 상품 수출이었는데 말이 수출담당이지 수출국도 정해진 바 없이 맨 몸으로 뛰는 보따리 장사와 다름 없었다고 한다.

60년대 후반, 70년대 초 당시 수출은 미국과 일본이 모두 차지하여 판로가 어렵자 외교도 없고, 국가간 수교도 되지않는 중동아랍권(사우디, 요르단, 이라크 등)과 동구권(항거리, 루마니아, 체코 등)에 눈을 돌리고
대우에서 만든 상품을 팔기 위해 초청장도 없이 여객기 화물칸에 상품을 잔뜩 싣고는 입국수속 직전까지 항공기내에서 그 나라 국적의 사람을 찾아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절박함을 얘기하여 동행인으로 겨우 입국을 사정했다든가,

그 나라 국적의 사람을 만나지 못할 때에는 스튜어디스에게 부탁하여 시내의 상품판매소 몇 군데의 전화번호를 입수하여 사정을 호소하고 물건만 가져가서 팔아 보고 가능성이 있으면 다음에 초청해 달라는 부탁을 한 채, 세관에 잡혀 있다 돌아 오가도 했다는 눈물겹던 과거의 경험을 밤 새워 들으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이런 분들이 우리나라 초창기 수출기업의 산 증인임을 누가 알아 주겠는가!

그동안 현대사의 질곡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획을 긋는 작품을 발표해 온 조정래 작가라면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애국적 기업인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좀 더 심층 취재하여

기업인의 긍정적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비추고 경제의 민주화를 부각 시켰다면 소설을 읽는 독자의 눈은 얼마나 공평한 시각을 가질 수 있었겠는가!

오늘 날 우리 국민이 누리는 경제적 혜택은 정치인의 민주화에 의해 주어진 것만은 결코 아니다.

기업하는 분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 붐을 일으켰고 변방 한국을 세계에 알렸음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하고 그 분들의 애국심에도 경의를 표해야 한다.

대하소설 작가인 조정래의 위대한 명성으로

“허수아비 춤”에서 처럼 일부 기업인의 부정한 행위, 세금포탈, 비자금 조성 등으로 부나 축적하는 인간성만 묘사되고

경제인들의 혹독한 아픔이 외면된 자양분 없는 문학은 동의 할 수 없다. 
경제든 역사든 조정래작가의 작품이 현대사에서 찾이하는 비중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기도 하고  
비록 허수아비 춤이라도  춤에는 추임새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

 

2010. 11. 30.  

by 마음 | 2010/12/07 17:42 | 隨想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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