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붙이

잘해, 잘해, 좋은 일이야!

일년에 한번씩, 두어 서너달 동안 아내는 나의 아내가 아니다.

나와 함께 놀이가고 산책도 하고 때로는 도랑가 너럭바위에 걸터 앉아서

달도 보고 별도 보고 콧노래도 한번 씩 불러보고

시큰둥 시큰둥 할 일 없으면 오늘 만난 사람들 우스꽝 흉내로 시시덕거리는 짓도 하면서 아내와 나만의 오롯한 생활이

두어 서너달 동안은 각자가 되어, 나는 나대로 컴퓨터 앞에 앉아 다운받은 Prison Break 나 보고 잭 바우어가 주인공인 24시 시리즈나 보면서 따로 노는 따로 국밥 신세다.

딸이 한번씩 와도 기껏 하루 이틀이면 가고 , 어쩌다 아내의 친구가 놀러와도 한나절 하룻밤이 전부인데,

그래도 먹을건 같이 먹고 가끔은 함께 놀기도 하는데...

아프리카 세네갈에 사는 처제가 한번 오면

처갓집엔 장모, 처제, 아내 3명이 식구되니 자기 피붙이라고 저들끼리 재미있다고 목욕도 함께 쪼르르 가고, 혼자 가도 될 병원도 태워준다며 몰려서 가고,

국수 한 끼 먹는데도 여자끼리 속닥속닥 맛있게 먹는다고

내 저녁은 개밥에 도토리(?) 듯 얼렁뚱땅 차려놓고 이웃 아파트 장모집으로 쏜살같이 바람같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린다.

남자가 쩨쩨하게 처가식구 노는데 딴죽을 걸 수도, 지청구 할 수도 없으니

“잘해, 잘해, 좋은 일이야!” 부추기는 내말을

100% 곧이 곧대로 듣고는 아내는 살가운 동생과 수다가 좋다고 내 얼굴 내표정 한번 쳐다 볼 생각없이 만사가 즐겁다.

하긴, 맨날 보든 남편 얼굴 뭐가 새롭다고, 늙는 것과 고는 것 외 별 볼일 없는 세월이 단조롭기만 하든차에

아프리카 얘기, 선교사 얘기, 조카들 얘기가 많기도 한데 우째 나하고 마주 앉을 이유가 있겠는가!!!!

“잘해, 잘해, 좋은 일이야!” 나는 아내를 속절없이 부추기며 오늘밤도 내방에 쿡박혀 야구중계나 보면서 때울 수 밖에...

아내는 처제의 운동을 핑계삼아 산책도 하며 팥빙수도 먹다가 잘 시간되면 조용히 들어와 제방에 갈테지...

아프리카 살든 처제가 왔으니,

비싼 항공료로 왔으니,

병원 시설이 형편없는 곳에서 왔으니, 두어 서너달 처제가 머무는 동안

“잘해, 잘해, 좋은 일이야!”

2011. 9. 1. 

by 마음 | 2011/09/01 09:59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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