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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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인가! 해진이가 나를 만나도 눈길을 아래로 깔고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혹시 몸이 아파서 병원에라도 가는 건가 싶어 해진아! 어디 아프니물어도 쳐다도 보지 않고 삐친 내색으로 내리는 아이 표정이 냉담하다.

꼭대기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든 해진이를 중간층에서 만나 반갑기만 했든 나로서는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하여 그냥 엉거주춤 해진이가 나갈 때 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아내와 나는 천성이 게으른 편이라 이사를 한번가면 죽치고 사는 구들족이다. 지난 아파트에서도 20년 가까이 살았었고 지금도 12년째 잘 살고 있다. 남들은 1가구 1주택 양도세 감면 시점 맞춰 3년만에 새 아파트로 옮기며 차액도 남기며 목돈도 만진다는데, 그런 경제적 개념이 없는 우리 내외는 특별한 사정변경이 생기기 전에는 그냥 눌러 사는 편편족이다.

더구나 함안군 경계 지점의 지금 아파트에서는 시골분위기의 들판도 보이고 한 발짝만 나가도 광려천이 흐르는 개울이 있고, 길만 건너면 해발이야 낮아도 봉우리 많은 구봉산이 있어 새벽마다의 비포장 길 들길로 이어진 등산로가 좋아 그 맑은 공기로 10년 넘게 잘 살고 있는데

얼마 전 아내와 딸이 작당을 하여 시설 좋고 번화가에 있는 고급 새아파트를 좋은 조건에 사자고 법석을 뜰 때도 그렇게 좋으면 둘이 가라!” 한마디 던지고 움쩍도 안하자 나를 아는 아내는 이내 포기 하였지만 12년을 미국에서 살다 온 딸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왜?를 달고 있었다.

워낙 성가시게 이유를 묻는 딸에게 말했다. “내가 아침마다 올라가는 구봉산을 옮길 수가 없어 그런다!.”그리고 난 이제 아무리 좋아도 아파트는 싫다. 마당 넓은 시골집이면 몰라도...

하긴 50년대 출생한 우리나이의 남자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 일텐데 요즘 젊은 애들 입장에서는 이해를 못할 수밖에   

이렇게 정들어 사는 아파트에서 오늘 묘한 일이 생겼다. 저녁 운동을 마치고 아파트 길로 들어서다가 학원을 마치고 오는 해진이를 또 만난 것이다.

며칠 전 엘리베이트에서의 상황은 아득히 까먹고 또 반가운 마음에 해진아! 학원 갔다 오니?" 큰 소리로 불렀는데 이 아이 나를 쳐다보더니 또 눈을 내리깔고 모른 척 잰걸음으로 달아나는 것이 아닌가!  

그때 직감적으로 아하! “요즘 성범죄와 관련된 보도가 빗발치니까 이웃이라도 친절한 사람은 피하라는 교육을 받아 나를 경계 하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럼에도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10년 전부터 알던 아이가 나를 갑자기 그런 위험범  취급을 하다니,! 교육이 무섭고 세상이 참 묘하게 돌아간다. 

어릴 때부터 오누이 이름도 아는지라 한 번씩 학년도 물어보고 어디 가는거냐 관심도 가졌고, 더구나 장난칠 때 남동생에게 한 번씩 맞기도 하는 해진이를 보고는 나 어릴때 누나와 싸우던 모습이 생각나서 남동생 철우에게 너 태권도 배운다고 누나 때리면 안돼!”하며 용돈을 준적도 몇 번 있었다.

가끔은 우리 냉장고의 케잌이나 과일도 주며 정말 아이들 보는 게 귀엽고 흐뭇하여 해진이와 철우에게 잘해준 것인데

애들의 부모 역시 우리의 내심을 알고 고맙다는 인사도 잘하며 지내곤 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된 해진이가 나를 그런 눈빛으로 피하다니...

달포 전인가 단지 내 슈퍼마켓에서 해진이를 만났을 때 애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세트를 사주며 철우 하고 먹어라! 하고는 잔돈 남은 것을 무심히 네 먹고 싶은 거 마저 사가라하며 해진이에게 준적이 있다. 그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누가 이 어린 여학생에게 친절한 행동을 하거나 이웃 할아버지라도 돈을 주는 사람은 성추행 범으로 의심을 하라고 가르쳤단 말인가! 아니 가르친 사람이 잘못은 아니고 우리사회가 애들을 이렇게 키우는 현실이 된 것이다. 얼마 전 경남 통영에서 일어난 이웃 어른의 초등학생 납치 살인사건이 아마 그런 경각심을 갖도록 교육된 모양이다.   

정말 기가 차다!”어쩌다가 이 나라가 이렇게 까지 되었나! 이웃집 아이라도 귀엽다고 머리도 못 쓰다듬게 되었고 조금이라도 큰 여자애에게는 다정한 눈길조차 둘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는 말인가!

내 하소연을 들은 아내도 화가 났는지 그 애들 다시는 용돈이든 과자든 주면 큰 일 날거라며 내가 선생 안하기에 망정이지 애들 유난히 좋아하는 당신이 6학년 담임이라도 했다간 학부형 고소로 당장 학교에서 쫓겨났을 것이었다며 그만큼 학교에서도 남선생은 고학년 여학생에게 손 하나 까딱 큰 소리 한번 못 지르는 실정이란다.

그래! 세상이 결국 어른과 아이도 고립되고 불통되며 이웃과 단절하여 혼자 살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변하는구나! 내 생활이 구차할 정도는 아니어서 애들 귀엽다고 용돈 조금 줘도 언론에 회자되는 패륜의 성추행범으로 의심을 받는 형편이니... 성폭력이 요즘의 화두가 된 이 어지러운 세상, 누구를 원망하랴!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조차 매지 말고 아이일지라도 여자 아이에게는 거리를 두고 지내야 한다면 빨리 아파트를 떠나 노인들만 모여 사는 농촌으로 이사를 가든해야겠다!. 젠장!

2012. 9. 11.

 



by 마음 | 2012/09/13 15:44 | 隨想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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