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관리와 기여분

상속재산분할시 적용되는 기여분(민법 제1008조의2)청구에 대한 이해를 잘못하여 부모를 모신 기여도에 따른 재산분배라고만 생각한, 함안의 이00씨 부인에 대한 상담에는 형제지간이라도 서로를 배려하지 않으면 혈연의 구성마저 경제 빈부에 따라 깨어지고 만다는 무상함을 보는 것 같아 못내 찹찹한 심정이다. 소는 산 사람 보다  키우는 사람의 수고와 애씀이 크건만...  

다음은 상담내용으로 구성한 <꽁트>이다.

<가족잔치>

오월이 가정의 달이니 어머니 모시고 형제들 모두 식사나 하자는 서울 형님의 전화를 받고는 명분이 무엇이든 땅 팔리면 잔치한번 벌려야 한다고 언질을 줬던 어머니 말이 생각났다.

전화를 한 시점도 형님통장으로 땅값이 입금된 직후였으니 두말할 여지도 없이 잔치한번 벌리자는 얘기다. 그러나 내게는 잔치라는 말이 싫다. 잔치란 좋은 일을 축하하기 위해 먹거리로 흥을 돋구는 자리를 말하는데, 나는 흥이 나기보다는 은근히 심기가 사납기만 하잖아!

형님들은 오랫동안 팔리지 않아 골머리 썩히던 땅을 제값 받고 팔게 되어 돈이 들어 왔으니 당연히 신이나서 잔치할 만하고, 잔치라고 하기가 뭣하면 가족들에게 한턱 쏘는 거겠지만

20년 넘게 고향 땅 관리해주고 주위사람들에게 땅주인 노릇하며 지낸 막내 입장에서는 이제 관리할 땅도 사라졌고 땅판 돈은 모두 형들이 가져갔는데 뭐가 좋다고 밥맛이 있겠어?

형들의 말대로 관리를 하든 말든 땅은 썩는게 아니니까 큰형과 작은형이 공동으로 땅을 샀으니 당연히 형들의 땅인 것은 맞지만 막내인 나는 마을에 남아 20년 동안 썩지도 않을 땅을 관리했고,

그러다 5-6년 전부터는 땅이 팔리지 않아 형들이 고심할 때 막내인 내가 마을 이장과 읍내 중개인들 찾아다니며 거래성사 시키려고 수십번도 넘게 뛰어 다니며 거간 노릇한 때문에 좋은 가격에 결국 땅을 팔게 되었는데, 막내인 내겐 수고했다며 푼돈 조금 떼어주면서 잔치는 무슨 지랄같은 잔치야 막내인 나는 기분만 나쁘지...

그 뿐이 아니잖아 그동안 관리할 때 일을 생각해봐! 진입로도 없던 맹지인 땅에 다리를 놓으려 읍장에게 식사대접 하며 겨우 설득하여 마을 숙원사업으로 전봇대로나마 다리를 놓은 덕분에 땅모양이 살게 되었던 것은 기억도 안나는 모양이지!

땅을 팔 때만 해도 뒤쪽 산소문제로 계약이 6번이나 허사가 되자 팻말까지 박아두고 외지의 땅 살사람 연락오면 어디든지 달려갔던 나의 노력은, 사실 가족이니까 아니 내 땅으로 여겼으니까 응당 그렇게 한 것이지만

막상 땅이 팔리자 형들은 자기 몫 다 챙기고 내게는 구전 조금주며 수고했으니 밥이나 먹자고 하면 막내인 나는 결국 형들의 땅지기 노릇한 것 밖에 아니잖아!

비록 형들만큼 가방끈이 길지 못해 촌에서 영농인으로 살고 있지만, 형들이 외지에서 돈으로 투자했다면 나는 20년을 고향에서 시간과 몸으로 투자했던 땅인데, 예의바른 형수님 말마따나 나 보다 어렵게 사는 시누이들에게도 얼마씩 보태다보니 내게는 수고비 정도만 보냈다니 은근히 부아가 일어나잖아!

물론 형님이 그렇게 한 것이니, 형수님께 화난 것은 아니지만 뭔가 불공평한 것 같아. 아니 정말로 어려운 형제들을 공평하게 도와주는 형식이라면

내 계산으로는 형들의 투자금 제외하고 나머지를 동등하게 나눠야 제대로 공평할 것 같고, 그게 무리라면 기여도에 맞게 나눠줘야 경우가 맞고 법도 그런 거 아냐?

그러고 누이들에게 얼마씩 각출하자면 막내인 나도 기꺼이 보탤 것이고 그러면 형제로서 동등하게 사람노릇 하는 것 같아 마음이 깔끔 할텐데 ...

뭐야! 이번 일에 대해서는 전혀 기여한 바도 없는 외지의 누이들에게는 큰 오빠로서 자비를 베풀듯이 선심을 쓰고 정말 고생한 막내에게는 수고비라고 누이들 보다 조금 더 얹어주는 것으로 만족하라면 이게 어디 공평하기나 한 거야!

형들은 투자금에 이자 몫을 배로 챙겨놓고 나머지를 가지고 평생 부모님을 모신 내게나 누나들에게 나눠주며 가족잔치를 하자면 막내인 나는 정말 기분이 엿같아!

마누라도 말은 안하지만 머릿속 계산은 뻔한지라 형들 가고나면 “큰 소리 치더니 꼴 좋다! 어디 혼자 살아봐라!” 하고 애들 나두고 가출할지도 몰라.

막내의 볼멘소리를 들은 큰형이 한마디 했다.

“네 땅도 아닌 것을 네 땅인 것처럼 생각한 것 때문에 억울하다면 막내가 욕심을 낸 것이야! 형이 가지고 있든 땅을 팔아 조금씩이라도 형제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전혀 아닌데, 썩지도 않는 땅 관리좀 했다고 막내인 네 몫이 어떻게 돈을 투자한 형들과 같다고 할 수 있니?”

그러자 옆에서 작은형이 한마디 거든다.

“세상에는 자본가와 노동자가 함께 살지만 각자의 몫은 다른 법이거든

너는 공기 좋은 고향에서 어머니 모시고 사는게 네 복이고, 형들은 삭막한 직장생활에, 해외로 다니면서 죽기 살기로 경쟁하고 사람들에게 시달리면서 돈으로 보상받는데, 너는 그동안 땅주인 행세한 샘치고 그 정도면 충분하잖니!“

의젓하고 교양있게 다독거리는 형님들 말 듣고 보니 땅지기에 불과했던 막내는 정말 분할 것도 섭섭할 것도 없는 듯하다. 내 것이라곤 쥐뿔도 없으면서 형들 자본으로 산 형들 소유의 땅으로 그동안 주인노릇을 했으니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말일이지 괜한 욕심을 부린 탓에 가족잔치 분위기 망치는 짓을 한 것처럼 되었다.

막내는 머리가 띵하여 먼 산만 쳐다본다.

언뜻 T.V 연속극에서 지체높은 대감이 충실히 일한 아랫사람에게 훈계하는 듯한 장면도 생각나고, 인조반정 뒤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은 이괄장군도 이런 억하심정 때문에 난을 일으키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형들은 모두 도시로 떠났지만 소는 내가 키웠는데 소 살때 돈낸 사람이 소 주인 이라니 할 말이 없다. 

그런 것이 형들이 말하는 자본주(資本主)이고  결국 주인 마음대로 하는게 자본주의 원칙 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같은 형제라도 자본가와 노동자인 땅지기는 신분이 틀리니 억울할 것도 없다는 말이다!

그래! 오늘 세상살이에 굉장히 중요한 진리를 배웠다. 가정의 달 오월에 자본가의 힘이 이토록 무섭다는 사실과 형제간이라도 경제력의 차이는 신분의 벽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가족잔치로 자본주인 형들이 인근 호텔에 계약해 놓은 고급식당에 먹거리는 풍성하겠지만,  소만 키운 우리 부부는 결코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밥맛이 없으니까...

2013. 5. 30.


by 마음 | 2013/06/03 10:14 | 隨想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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