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작성

6개월 전 쯤 30대 초반의 甲이라는 여자가 상담차 왔다.

상가 계약서를 작성하고 보증금으로 자신의 전 재산인 금20,000,000원을 乙이라는 남자에게 건네주었는데 알고 보니 돈을 받은 乙은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집에 와서야 계약서를 찬찬히 보고 알았다며 밤새 고민하여 눈이 퉁퉁 부어 찾아 왔다.

계약당시 상가를 소개하는 사람도, 전 상가 임차인도 모두 乙을 사장이라고 불러 당연히 그 가 주인임을 의심치 않았는데 막상 계약서에 보니까 임대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여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등기부 상 확인해 보니 등기부상의 소유권자와 계약서상의 표시된 임대인이 일치하므로 오히려 정확히 작성된 계약서라고 알려주자 상담인 甲은 너무 기뻐하며 돌아갔다. 그 乙이라는 남자는 소유권자의 남편이었으므로........

그런데 두어 달 후 또 문제가 발생했다.

원래 그 상가의 전 임차인은 보증금 천오백만원에 매월 육십만 원의 월세로 있었는데 새로 계약한 甲에게는 보증금을 이천만원을 받고 월세를 오십만 원으로 내리는 대신 상가의 내부 시설을 임대인이 새로 해주기로 하겠다는 乙의 말을 믿고 이천만원을 건넨 것 이였는데 상가로 짐 옮기고 2달이 지나도록 벽의 누수, 고장 난 수도 ,전기시설, 창문시설을 전혀 손도 안 봐주어 영업을 할 수가 없을 정도란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월세금을 깎아서 보증금을 올려 받은 것일 뿐인데 뭐가 문제냐며 그 남자가 오히려 큰소리를 친단다.

이 사건은 3개월의 소송 끝에 1심에서 건물명도와 동시이행으로 금 천오백만원을 甲에게 주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소액소송인지라 변호사 선임 없이 소장과 준비서면을 법무사인 내게 맡긴 甲은 오백만원 못 받은 것보다 천오백만원이라도 받는 다는 사실에 더 기뻐하였다.

경험 없이 처음으로 상가를 얻어 영업을 하려든 甲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천오백만원이라도 건졌으니 세상공부 한 셈 치고 그 돈을 받고 끝나는 줄 알았는데, 임대인이 항소하여 항소심에서 또 재판 일정이 잡히자 甲은 안절부절 이었다.

도대체 주라는 판결이 났음에도 무슨 심보로 저렇게 자신을 골병 들이는지 법이 왜 이렇게 나쁜 사람을 도와주고 있느냐고 따지니 오히려 내가 난감하여 가집행 절차를 취하자고 甲을 달래고 돌려보내기는 했지만 역시 소송은 조정보다 좋은 승패가 아님을 실감한다.

그러던 차에 乙이라는 남자에게 전화가 와서 일단 상가를 명도하면 돈을 주겠으니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소지하고 물건을 치우라하여 甲은 반가운 마음으로 자신의 동생과 함께 상가에 나갔다.

乙은 상가를 비우는 동안 돈을 받으려면 소를 취하해야한다며 그 자리서 현금수령 영수증과 소를 취하하겠다는 내용을 보여주며 도장을 찍으라 하여 甲은 인감증명서도 주고 도장을 찍었단다.

그리고 짐을 다 치우고 돈을 달라고 하자, 준다는 돈은 다른 사람이 세 들어오면 그때 주겠다는 말과 함께 유유히 나가더란다.

甲이 내게 다시 찾아와 ‘재수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더니 어쩌다가 이토록 고약한 乙을 만났는지 모르겠다고 훌쩍거리며 호소 할 때, 나는 도장 찍기 전에라도 내게 전화 하든가, 아니면 기망을 한 乙을 형사 고소라도 해야 하는데, 안준다는 게 아니라 주겠다는 것이고, 내용도 세입자가 들어오는 즉시 지불하는데 동의한다는 내용에 인감도장을 찍었으니 고소를 한 들 별수 있냐며

“상식으로도 알만한 일을 어쩌면 그토록 순진하기만 하느냐?”며 한마디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소 취하에 대한 동의로 도장은 이미 찍었고, 새로운 임차인이 오면 준다고 했으니 그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대책도 없으니 기다려 보자는 말로 甲을 돌려보내야 했다.

비유의 비약이지만
甲처럼 어수룩하고 순진하기만 한 사람이 우리나라 대다수의 국민이고, 정치인을 乙과 같은 사람으로 본다면 비유가 너무 지나칠까, 틀린 말일까!
그런데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의 행태는 乙과 흡사하다.
말과 행동의 진정성을 알 수 없는 정치인들이 너무 많기에 하는 말이다.
우리 국민은 한 때 지도자의 말이라면 순진무구하게 믿고 따랐던 시절도 있었다.

“새벽종 울리며 새마을 운동 하라면 했고,
대통령 해외 나들이 할 때 길에 늘어서 박수 치라면 쳤고
서울이 물바다 된다 하여 평화의 댐 성금 내라면 냈고……. ...“

지금도 국민들 대다수는 지도자의 말이라면 곧이 곧 대로 믿어야 국태민안(國泰民安)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지도자가 사심 없는 애국적 지도자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상대 당과 상대방을 모두 틀리다 고만 하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독선적 사람들 이다. 정치판에는 국민을 속이고 기만하여도 부끄러운 줄조차 모르는 乙과 같은 사람들로 넘친다.

실물경기는 축 늘어지고 부동산 거래가 뚝 떨어진지 오래 지속되니 우리 법무사업계의 사정도 참으로 심각하다. 등기사건만으로 법무사업을 유지한다는 것은 이제 무망한 지경이 되었다. 소도시, 소시민들의 소송을 위해서 법무사에게 소액사건대리권이나마 줘야하는 당위성도 있건만 정치하는 사람들이 소시민이 아니다 보니...

어쩌랴! 나부터 공의(公儀)를 중시하고 주어진 역할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그러면서 이 모든 상황을 타개할 위대한 지도자를 기다려 보자!

천치처럼 또 당하는 甲이 되어도 달리 선택이 없으니…….

2015. 6.


by 마음 | 2015/06/05 11:08 | 隨想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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