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의 재산정리

사인(死因) 증여

    슬기롭지 못한 지도자는 결과를 보고야 자만의 과시가 국민들에게 비웃음을 자초했음을 알았겠지만 서민은 결과를 보기 전에 이미 기운을 느꼈다.

집권당의 참패를 말하는 것이다.

당대표가 당당하지 못하고, 공천위원장이 도를 넘은 오만불손을 드러냈을 때 이미 그 당의 망조를 예감하였다. 아니 그 이전에 대통령이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원내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당선 축하난의 격을 낮추고,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속내를 드러냈을 때 서민은 낙엽 떨어지는 소리를 미리 들었다.

증세 없는 복지가 어려워 증세 있는 복지를 해야한다는 주장은 경제를 아는 정치인이라면 할 수도 있는 말인데 그게 그렇게 대통령의 권위에 치명적인 것인지 서민의 의구심은 싹트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그 의원을 옹호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도 공당의 원내총무로서 원활한 의견개진을 제대로 한 것 같지는 않다.

 정당의 색깔이 빨강색이든 파랑색이든 상관이 없는 나는 경제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문화적 융성으로 민도를 높이기만 하면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존중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기에 금번 선거결과를 보며 사설(私設)하는 것뿐이다

지은이 김원중의 한비자의 관계술에서 읽은

不躬不親 庶民不信(스스로 하지 않고 몸소 하지 않으면 백성은 믿지 않는다)이라는 문구는 정치인에게 꼭 던지고 싶은 서평이다.

달포쯤 전에 연세 80세 중반의 노부부가 찾아왔다. 노부인은 병원에서 퇴원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기력이 쇠락해 보였지만 미리 재산정리를 해 놓아야 편하게 눈을 감을 것 같아 노부부가 사는 주택을 미리 큰 딸에게 증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증여를 해도 자식들이 서로 다투지 않도록 법적 효력 있는 증여계약서를 작성해 달란다. 슬하에 아들 둘, 딸 둘인데 아들 둘은 잘살고, 작은 딸도 그럭저럭 사는데 큰 딸은 남편과 사별했고 자식들 공부 시키느라 고생하는 게 너무 애처로워 자신들의 재산을 큰 딸에게 주고 싶다는 것이고 아들들도 그리하라고 말을 했단다.

그런데 증여로 재산을 넘기려 하니 노부부의 주택 가격이 꽤 높아 취득세 4%가 만만찮고 더구나 직계비속에게 재산증여를 하여도 5천만원 이상은 증여세가 부과된다고 하자, 세금 좀 적게 내고 주고 싶은 큰딸에게 넘기는 방법을 묻는다.

세금을 적게 내는 방법이란 결국 노부부 사후 상속이 제일 좋은데 그러자면 자식들 간의 동의가 있어 상속협의분할을 큰딸에게 해야 하지만

자식들이 아무리 착해도 며느리도 있고 사위도 있는데 나중에 어찌될지 알 수가 없는 게 사람 마음 아니겠느냐고 나의 경험을 전하니

노부부는 한 숨을 쉬더니 수긍하며 가셨다.

그리고 일주일 뒤 노인만 혼자 오셔서 자기명의의 재산인데 자기가 유언장을 미리 작성하겠다고 하여, 이때에도 재산을 못 받는 누군가가 유류분 청구를 할 수가 있기에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이왕이면

사인증여를 하는 게 낫다고 권면하고 그 법률적 효력과 세금 절감도 가능함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반드시 의무적인 것은 아니지만

아들들과 작은 딸에게 미리 동의를 받아두면 깔끔하게 법적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하며 내가 사인증여계약서를 작성해 주자 며칠 뒤 사려 깊은 노인은 아들, 딸 동의를 받아왔다. 내 권면을 이해한 노인의 지혜가 놀라웠다.

 사인증여(민법 제562)는 유언과는 다르다

유언은 상대방 승낙 없이 유언자의 단독의사 표시로 주겠다는 것이지만, 사인증여는 생전의 계약으로 상대방인 큰 딸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효력이 사후에 발생하는 것은 유언이나 유증과 같다.

그러나 계약이므로 사인증여에는 큰 딸의 수증의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노인에게 지혜만 있었던 게 아니다. 며느리의 눈치 때문에 우물쭈물 하지 않고 자기 원하는 대로 일을 추진한 과단성도 있었기에 나중 유류분 분쟁의 문제까지 해결하였으니 나로서도 보람된 일이었다.

이렇듯 한 집안의 어른도 장래의 일을 미리 도모하여, 큰딸 외 자녀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인감을 받은 것은 사후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불만이나 상처입을 가능성을 미리 설득하고 이해 시키기 위해 슬기로움을 발휘한 것인데,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서민의 혜안보다 못한 채, 독선과 교만으로 자신의 권위에 도취되어 상대방에 대한 설득의 노력 대신 우월적 지시로만 일관하니, 배신의 트라우마가 어떤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불통을 보면 안타까움보다 측은지심이 든다.

行小忠

則大忠之賊也 "작은 충성을 행하면서 큰 충성을 방해한다"는 격언과 민심이 천심이다!”는 속담은 진리의 다름 아니다

 

2016. 4. 22.

 

 

by 마음 | 2016/04/22 13:05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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