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시

<天 兵>

 


창녕함안보 낙동강 천변(天邊)

제법 늠름하게 열병으로 서 있는 6월의 갈대

그 사이를

군단장 사열하듯 내가 다가가면

갈대는 나를 향해 허리를 곧추세우고 머리만 까딱합니다.

 

3, 그 작은 새순일 때

지 몸을 마구 밟고 다닌 내 얼굴 기억하노라고

불쑥 자란 키 들이밀며

촘촘한 경계를 늦추지 않습니다.

 

맵찬 초록으로 무장하여

어느새 강변을 점령한 군집은

조금만 방심해도

옆구리 칼로 내 손을 베어 낼 기세이고

 

강바람 등지며

내 쪽으로 기울어도 보고, 강 쪽으로 기울어도 보며

홀로 쓰러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것은

제 나름대로 살 길을 터득한 야생의 훈련입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구름 한 점, 물길 하나, 빈털터리 영혼으로

흔들 흔들 강 하구에 뿌리내린 호위무사!

저 천병(天兵) 6월 군단을

누가 약한 갈대라고 말하십니까?

 


 

 

<문주란>

   

아주 잠깐

꽃의 나이에는 꽃다운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꽃다운 나이를 알지는 못했습니다.


30년 넘게 아파트 화분에 갇혀 숨통 조이며

마른줄기에 걸린 푸른 잎이 새벽공기 찾아 창으로 뻗을 때도

베란다의 햇살을 독점하며 얼기설기 구름뭉치 모을 때도

설마

노을진 강변에 내려앉은 고니무리 닮은 황혼 꽃 피울줄 몰랐는데

소문도 없이 소담스레 문주란은 피었고

집안을 채우는 은은한 향기마저 내 품습니다.

 

꽃의 나이를 알지 못하면서

꽃의 나이에는 꽃다운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질책했던

내 마음 부끄럽습니다.

 

아주 잠깐

문주란으로 사는 그대가 그립습니다.

 


<요양병원>

 

아들을 보고도

누구신가?’ 묻는

가래낀 목소리!

숨소리도

차마 죽이고 살아야 하는 중환자실에서는

조선족 간병인의 힘으로만 소통합니다.

 

새로 온 간병인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며

환자는 마시지도 못하는

음료수를 사 가라는 아내의 지시대로

커피믹스 한 박스 들고

주말이면 한번씩 공주에 갑니다.

 

어머니 계신 요양병원에 갑니다.

 

  

  2016. 6.

 

 법무사 김 영 석

 

by 마음 | 2016/06/08 14:14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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