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차이

< 미식 취향>

약간 알싸한 향이 스민 걸쭉한 스프와 고기 맛이 연하고 매콤함이 있는 음식! 지방에는 잘 없고 대도시에만 있는 품격 있는 레스토랑!“

딸이 내 취향을 예단하여 내게 맞게 선택하는 식당의 기준이란다.

만나러갈 때마다 딸은 항상 내게 미식(美食)의 기쁨을 찾아주기 위해 식당 선택에 많은 고민을 하다가 내린 내 음식의 기호라지만, 나는 사실 특별히 선호하는 음식도 기피하는 음식도 없다. 그냥 한번씩 나가면 집밥보다 맛있기 때문에 잘 먹고 맵고 짜지만 않으면 되는 정도다.


  이제 서울에서 거주하게 된 딸을 보러 두어 달 만에 갔더니, 집에 들어서자마자 딸의 호들갑이 시작된다. ‘아빠의 입맛에 맞는 좋은 레스토랑을 찾았어요!’ 빨리 빨리 출발! 그래서 간 곳이 강남의 IFC Mall이다.

서울에 올 때 두어 번 와 보기는 했지만, 딸이 얻은 최신 음식정보로 내가 좋아 할 것이 틀림없다고 장담을 하니 조금은 기대를 해본다. 입소문은 난 모양인지 레스토랑 입구에서 30여분 기다려야 자리가 난다 하니, 수다 떨고픈 딸과 아내에게는 즐거운 대기 시간이고 나와 사위에게는 자유시간인 셈이다.

나는 주저없이 윗층 영풍문고(여의도점)로 가고, 사위는 전자제품 진열된 곳으로 갔다. 어슬렁 거리며 검색대의 컴퓨터로 최근에 읽고 좋아하게 된 작가의 책 제목 우리는 모두 흘러가고 있다를 치니

서가위치:D15-1, 서가명:인생에세이(014)로 화면 출력된다.

그런데 5칸의 서가에 꽂힌 책을 찾는데 한참을 헤맸다. 결국, 제일 아래 칸에 쭈그려 앉고서야 눈에 익은 제목의 책을 찾고 보니 은근히 언짢음이 생긴다.

서점 직원에게 배치의 기준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그냥 신간과 인기 순으로 위에서부터 꽂는단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남들도 좋아하면 좋으련만, 세대에 따라 선호도가 다들 각각일텐데 내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만용일지도 모른다.

30분도 넘게 책의 여러 대목을 눈으로 익히고 나올 때는 서가 윗칸의 중앙, 눈높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위치 오른쪽에 꽂아두고 나왔다. 내가 읽고 좋아하게 된 작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다.


  서점에서 나오니 Mall의 중앙 홀이 시끌벅적하다. 박수와 함성도 들린다. 자연히 발걸음을 옮겨보니 걸게 그림이 걸려있고 “BEAST의 발매기념 팬 사인회라는 문구 주위로 젊은 여성들이 빽빽하고 23층에서도 스마트폰 빛과 열기로 야단법석이다. 인기 작가의 팬 사인회라 저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구나 라고 중얼거리고 돌아선다.

그래! 일단 작가가 젊고 여성에게 어필이 되어야 사인회가 되는구나! 내 기준으로 좋아하는 작가나 책은 인생의 무게로 평가를 받는데 걸게 그림에 걸린 저 젊은 작가의 ‘BEAST’란 제목의 책이 무엇 그리 대단하겠나! 기껏해야 화려한 말치레로 즉흥적인 젊은이들의 취향이겠지!

그러나 젊은 너희들도 지금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책 제목 우리는 모두 흘러가고 있다는 사유의 산물이고 정서가 함축된 듯도 하다.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중 최근에 읽은 작가의 책 내용을 소개하며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책은 ‘BEAST’인것 같다고 얘기를 했더니 딸이 동그래진 눈으로 아빠! ‘BEAST’는 책 제목이 아니에요. 그들 요즘 최고 인기 누리는 '아이돌' 스타예요!’ 어쩌면 그렇게 몰라요? 라며 깔깔 거린다.


  딸의 웃음으로 인해 내가 이토록 구닥다리 쉰 세대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딸은 아직 모른다! 미식(美食)의 기쁨보다 나 혼자 어정어정 책방을 어슬렁거리며 책 제목을 눈요기 하는 것이 내 취향이란 것을...

 

<2014년 여름휴가 때 적은 글이지만 지금도 동일합니다.>

 

20167, <공유는 공유(共有)가 아니었다.>


  방학기간에 휴가를 함께 하자는 딸의 권유도 있고, 친구 만날 일도 겸해 721부터 서울에 머무는 동안 항상 내게 미식(美食)의 기쁨을 찾아주려는 딸이 나를 데려 간 곳은 역시 지방에는 없는 좀 고급스런 분위기의 레스토랑 이었다.

미식가는 맛있게 먹고 편하게 사는 게 삶의 기조라지만 형편에 맞게 먹고, 형편대로 지내는 게 기준인 내게는 딸의 이러한 외식이 조금은 과도한지라 한마디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아빠는 미식가가 아니니 조금 검소하고도 맛있는 집을 찾도록 해라!

그러나 딸의 설명은 달랐다.

도시에서 일반 식당의 음식에 특별한 맛이 있을 수 없고, 저렴한 음식 값으로는 비싸고 신선한 재료를 쓸 수가 없는 구조인데 안락한 환경에 맛이 살아있는 레스토랑은 분위기도 좋고 그만큼 내용도 특별하니 그에 마땅한 맛 값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대신 소박하고도 맛있는 집도 알고 있으니 내일은 그 곳에 가잔다.

 아내도 덩달아 검소하게 먹을 바에야 집에서 먹지 왜 나와서 먹느냐며 잔소리 거두시고 그냥 드세요! 라며 딸 편을 드니 도대체 요즘 여자와 젊은 애들에게 이길 재간이 내게는 없다.

레스토랑을 나온 후 왜 커피는 꼭 마셔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머그잔 커피도 마시고 다음 스케줄은 영화란다.

휴가동안 행선지 선택은 모두 딸에게 맡겼으니 그냥 따라가기로 했다.

가면서 '제목이나 알고 가자!' 했더니 부산행 이에요' 한다.

부산관련 영화라면 몇 편 봤던 국제시장, 해운대, 친구 등이 생각나 재미있겠네!

생각하고 영화관에 들어서니 의자가 아예 항공기 일등석 좌석같이 침대도 되는지라 편하게 누워서 영화를 감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게 웬일! 영화 시작하자마자 피가 튕기는 좀비(zombie) 장면들로 기겁을 하고 벌떡 일어나 앉아 보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런 장면은 내 취향이 아닌데 생각하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끝까지 보니 마지막 장면에는 잔잔한 감동도 있는지라 어리바리한 정신을 수습하며 일어서는데 자막에 공유라는 큰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관람객들에게 영화의 재미를 공유하자는 취지 같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영화 장면등의 얘기로 키득거리는 딸과 아내사이의 대화에 끼어들면서 '좀비영화지만 나도 재미있음은 공유했다'고 하니 딸과 사위가 눈이 똥그마니 왠 공유에요?

그래서 마지막 자막에 공유하자는 글씨 못 봤느냐고 되 물으니 폭발하듯 웃던 딸 녀석이 "아빠! 공유는 남자 주인공 이름이에요! 어쩜 좋아요?" @#$%

 

 

 

by 마음 | 2016/07/26 10:20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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