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과 재산분할

<재산분할>

  이혼을 앞두고 남편명의의 아파트를 아내인 자기명의로 이전을 하겠다는 여인이 찾아왔다.

미성년 자녀를 여자가 키우기로 하고 남편의 유일한 재산인 집을 여자에게 주겠다는 이혼합의서에 도장도 찍었고 남편의 인감증명서, 인감도장, 등기필증 심지어 신분증까지 모두 여자에게 맡긴 점으로 미루어 사연이 있는 이혼임은 맞는 것 같은데 여인의 요구는 재산분할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을 하면 세금이 감면된다며 알건 다 알고 찾아온 것처럼 얘기를 하니 달리 설명할 것도 없이 그렇게 하시더라도 남편이 오셔야만 재산분할 원인증서작성이 가능하다고 하니 여인은 마뜩하지 않은 표정으로 까칠하게 따진다. ”필요한 서류 다 가져왔는데 왜 남편이 와야 하느냐? “는 것이다.

이럴 때는 나도 난감하다. 법무사에게는 본인확인을 해야하는 책무가 있지만 그렇다고 남의 가정사를  꼬치꼬치 캐 묻고 확인 한다는 게 좀 그렇기는 하다. 그렇다고 형식적 서류만으로 이혼을 했다고 볼 수는 없는데 부부 사이의 증여가 아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원인으로 재산을 처분하기에는 뭔가 미심쩍기도 하여 그렇다면 남편에게 전화라도 해서 의사를 확인해도 괜찮은지를 묻자 여인은 전화번호도 거침없이 알려준다. 그러면서 단서를 다는데 남편이 마음 변할지도 모르니 소유권이전에 따른 세금은 모두 감면된다는 얘기를 꼭 해 달라는 것이다.

 이 여인! 분명 무엇인가 알고는 왔는데, 어떤 세금이 감면되는지 감면의 폭은 어떤지 정확히 알고 온 것이 아닌듯하여 이런저런 내용을 묻자 결국 잘못된 판단으로 온 것이 분명하다.

현재로는 법률상의 부부인데 곧 이혼을 할 예정이라 하여 남편 소유 부동산을 아내에게 넘기면서, 증여가 아닌 재산분할로 원인증서를 작성하면 취득세율이 2% 감면된다고 믿는 것이다. 취득세율 아낀다는 이유만으로 법률상의 부부가 증여가 아닌 재산분할로 하면 세금을 감면 받는다고 단정을 하여 그렇게 해 달라니 법을 얼마나 허술하게 보는지 답답함이 올라온다.

  더구나 이 여인은 협의이혼서 작성만으로 이혼이 확정된 듯 남편 소유에 대한 법적권리를 모두 가진 것처럼 얘기를 하지만, 앞으로 닥칠 이혼 후의 생활이 얼마나 고달플지에 대한 고민과, 결손가정이 될 자녀의 교육문제 정서발달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번민을 한번이라도 하기는 한 것인가! 현실의 이혼이 악몽일지 환상일지도 모르면서 바람피운 남편에 대한 배신감을 더는 용서 못하여서 이런 식의 재산정리를 하겠다며 거침없이 이혼을 얘기하지만 도무지 제대로 알고 온 것이 없는듯하여 자근자근 설명을 하기로 했다.

우선, 협의 이혼은 당사자끼리 아무리 합의하였어도 당사자가 같이 법원에 가서 서류부터 신청하여야하고 이혼에 따른 미성년자녀의 친권과 양육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모두 이수 한다는 과정. 그 후에야 지정된 기일에 두 사람이 모두 이혼담당 판사 앞에서 의사확인을 받는데 적어도 2달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절차를 알려주었다. 여인은 그래도 이혼은 하겠다는 것인데 남편생각도 그런지를 묻자 남편은 무조건 이혼에 동의하였기 때문에 물을 필요도 없다는 확신에 찬 대답을 한다. 여인의 말을 듣노라니 이 근거 불명한 확신은 남편 탈선에 대한 아내의 응징인 모양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여인의 아픈 상처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남편의 부정행위가 그 토록 심각한 것이냐고? 그 때 비로소 여인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생각만으로도 벌써 미움과 절망, 복잡한 감정의 담이 무너지는 것이다.

남편은 한 동안 연봉 5천만 원 이상 받던 조선업체의 중견사원 이었는데 얼마 전 명예퇴직하고, 고향으로 귀촌생활 하는 문제로 아내와 다투다 마음 정리를 한다며 산행을 다니므로 아내도 그렇게 하는게 좋을 것 같아 묵인했더니, 산행 중에 만난 여자와 불륜의 늪에 빠진 것이었단다. 그러한 사실을 아내인 자기가 안지 몇 달 전인데 지금도 잘못을 인정하여 용서를 구할 생각은 않고, 그 후로도 수차례 모텔에 함께 투숙한 사실도 있다면서 간통죄가 없어진 지금으로는 달리 방법이 없어 헤어하기로 작심하고 남편의 통장을 뒤져보니 통장의 현금도 어찌된 판인지 남아있는 게 없더란다.

남편의 얘기로는 정분 난 여자의 꼬임에 속아 그렇다고 하지만 여인은 아내인 자기와 앞으로의 인생계획을 세울 생각도 않고 무책임과 무대책으로 바람난 산행이나 하고 여자의 꼬드김에 주식투자로 돈을 잃었다고 변명하는 남편으로 인해 충격을 받아 그 몇 달의 고통은 결혼생활 15년 보다 길었다며, 결국 남편이 인감도장과 신분증을 주며 여인의 요구대로 모든 걸 포기했다는 사연이었다.

  이혼상담이 때로는 한 편의 슬픈 소설을 읽는 것과도 같다. 소설의 결론은 이 들 부부의 이혼으로 막이 내리겠지만, 40대인 이 여인은 앞으로 어떤 풍랑을 만날지도 모르고, 이혼이 결코 좋은 해결책일 수만은 없을텐데 너무 고집스런 결정을 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무겁다.

이러한 불행의 원인에는 국가의 책무도 적지 않다. 정부의 거시적 경제정책의 실패로 조선업이 도산되면서 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조선업으로 성장했던 지방도시가 피폐해 지니 그 여파로 단란한 가정조차 파괴되는 연쇄현상을 이 여인을 통해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여인의 슬픈 상담에 대한 원인과 치유를 달리 설명할 수도 없는 나로서는 일단 여인의 입장에서 남편은 참 잘못된 판단을 했다. “ 고 여인의 아픔에 동조하며 내 경험적 조언을 덧붙였다.

부부가 인생의 기로에 서면 함께 역경을 헤칠 생각을 해야지 혼자 산행을 다닌 것부터가 불행의 단초였다고 거들자, 여인은 자신도 너무 후회스런 일이 자기가 함께 산행을 따라 가지 못했던 것이라며, 애들 학교 챙겨주고 학원 다니는데 신경을 쓰다 보니, 남편의 아픔에 함께하지 못했음을 지금은 자책한다며 기어이 서러운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닌가! 이럴때는 많이 울게 해야한다. 이혼상담 시 눈물을 흘리는 아내라면 남편에 대한 미움도 머지않아 용서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남편명의 재산을 부인에게 넘기는데 따른 세금감면 설명을 해 주었다.

일단, 현재는 법률상의 부부이니 남편이 85이하의 아파트를 아내에게 재산증여로 하면 취득세율이 3.8%인 점, 만약 협의이혼으로 혼인관계가 정리된 후 재산분할을 원인으로 넘기는 거라면 취득세율이 1.8%여서 세율 면에서는 2%감면이 된다는 사실, 또 증여로 할지라도 증여세는 부부 사이는 6억까지 면제이고, 재산분할의 경우는 별도의 재산취득이 아니므로 양도세 해당이 없어 다른 세금이 부과되지는 않으니 이러한 세율을 감안해서 찬찬히 결정하되 지금 당장은 법률상의 부부이므로 증여로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취득세 2% 감면을 받으려면 혼인관계 정리된 후 2년 내에 재산분할로 소유권 이전을 하면 되니 한 번 더 생각하시는 게 좋겠다는 말로 상담을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으로 여행을 가든 산행을 하든 부부는 왜 함께 해야 하는지, 기러기 아빠, 기러기 엄마는 왜 파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더구나 젊은 부부라면 혼자 집에 남아서도 안 되고 혼자 집을 떠나서도 안 되는 이유로 세상은 보이지 않는 유혹의 거미줄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며 일침도 놓았다.

이 여인이 지혜롭다면 남편의 탈선이 남편만의 잘못일지 한번쯤 돌이키지 않을까 싶은 기대를 하면서...

 

2016. 12.

by 마음 | 2016/12/27 12:09 | 隨想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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