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꿈꾸다

낯선 타국에서 시름을 달래는 자! 행운을 꿈꾸는 자!

지난 주말 신 장로님을 만난 것은 광려천 왕복 7산책로를 걷는 중이었다. 함안에 제법 큰 주물공장 사장이기도 한 장로님은 모처럼 동행하게 된 나에게 교회소식, 사람소식 전하는데 여념이 없다가

요즘 공장 사정은 어떠냐?”는 내 질문에 한숨부터 쉬신다. 지금도 공장은 그런대로 돌아가는데 문제는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기술 배우는 일을 컴퓨터 앞에서만 하려하고 실전에서 땀 흘리는 일을 피하기만 한다며 어떤 기술이라도 손으로 먼저 익혀야 제대로 된 기술도 배우고 돈도 버는데 그렇지 않은 현 실상이 여간 답답하지 않다는 낙심의 말이다.

자기 공장에도 숙련공이라야 50세 넘은 사람이 제일 젊은 편에 속하는데 기술 이어받을 한국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고용노동부에 신청해 외국인 근로자 3명을 받아들여 겨우 노동력을 채우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젊은 외국인 근로자 중 한 청년의 얘기가 이어졌다. 3명 모두 잠자리와 식사가 제공되고도 한 달 130-150만 원 정도 자기들 고국에 송금을 하면서 한 달 용돈은 약 20만 원정도 각자 쓰는데, 그 중판샹이라는 청년은 용돈조차 아끼면서 조금이라도 송금을 더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 대견하기도 하다는 얘기다.

나도 궁금하여 그들의 용돈 쓰임을 물어 보니, 용돈의 대부분을 기혼자인 2명은 틈만 나면 가족과의 SNS 통신비로 지출하는 것 같고 나머지는 일주일에 1번 정도 숙소에서 술을 마시면서 시름을 달래는데 지출을 하는 것 같단다. 술을 많이 마시는 정도는 아니어서 그냥 눈감아주고는 있는데 술값도 대략 한 달 5만 원정도 지출 된다며 모르는 게 없으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술도 안마시고 용돈 쓰는 게 거의 없는 판샹청년이 틈틈이 책을 읽는 걸 목격 하였는데 자신이 가져온 책 외에도 한글 공부를 조금해 신문을 읽고 있더란다. 교회 장로인 자기로서는 마음이 쓰여 한글 성경책을 주기도 했지만 성경 읽는 것은 못 봤지만 신문을 보는 게 기특하여 유심히 관찰 해보니 스포츠 신문에서 매주 로또복권 당첨난을 보며 자기가 산 복권의 당첨여부를 확인하더란다. 신 장로님은 이 청년이 사행심이나 투기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혹시 모를 걱정이 생겨 하루는 판샹을 불러 자근자근 물어 보았더니 이 청년의 말이 형님들하고 술을 먹으면 고향 얘기에 시간을 너무 보내고 건전한 얘기보단 부정적인 얘기를 더 많이 하는 것 같아 피하는 것이라며 그 대신 술값만큼 한주에 5,000원씩 로또를 사면 그게 그렇게 재미가 있고, 혹시 맞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꿈이 생겨 토요일이 항상 기다려진다는 얘기였다.

그래 장로님이 정말 딱 1장만 사느냐고 다그치자 어느 경우는 2장도 사지만 그 이상은 결코 사지 않고 살 돈도 없다며 마치, 지족불욕(知足不辱)을 알고 자기의 형편을 안다는 듯 답하여 지혜가 있는 청년이라 마음에 들기는 한데, 복권 사는 것을 만류해도 멈추지를 않아 애가 탄단다.

그 청년의 말도 항상 떨어지니까 실망도 하고 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또 사게 되는 이유는 당첨을 꿈꾸면서 인생설계를 하면 희망이라는 거창한 힘이 생기는 게 더 좋아 한국에 있는 동안은 계속 복권을 살 것이라며 오히려 자기를 안심 시키더란다.

낯선 나라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3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각자 도생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장로님 자신이 60년대 말 군인으로 베트남 파병동안 매달 돈을 보낼 때의 시절이 떠올랐다며 자기도 그때 모은 돈으로 고향에 논을 사둔 것이 지금의 경제적 기반이 되었는데 젊을 때 아끼고 모으는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데 그 돈으로 중독성 있는 복권을 사느냐며 영 마뜩하지 않은 듯 말씀하신다.

그래서 내가 거들었다.

장로님 말씀대로 티끌같이 작은 돈이라도 착실히 모으면 목돈이 되어 성공하는 삶이 되겠지만 사람 사는 게 어찌 신앙인의 바람대로, 정의(正義)의 원칙으로만 돌아갑니까! 그나마 같은 용돈으로 누구는 시름을 달래려 매주 술을 마시는데 허비 하지만 그 청년은 같은 돈으로 요행이든 말든 행운을 기대하며 당첨의 꿈이라도 꾸면서 외로운 타국에서 버티는 힘이 된다는데 말리기보다는 지나치지 않도록 지도해 주시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복권이란 게 사행심 조장의 우려가 없는 바 아니지만 그 청년의 절제력을 믿어 주고 또 복권의 수익금가운데는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부분도 있는 것 아니냐 고 하자, 장로님 그 것도 말 되네!’ 하시며 껄껄 웃으신다.

만약 내가 행운의 여신이라면,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술을 마시는 사람보다는 나를 향하여 기대라도 하는 사람에게 행운을 선물하겠다고 하며 나도 따라 웃었다.

사람은 이해하기 나름이고 이해를 위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행운을 지나치게 기대하면 화근이 되겠지만 절제하고 자신을 다스리는 의지가 있다면 복권 구입도 일상을 즐기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더구나 타국에서의 고독한 생활을 위로 받기위해 술을 마시면 그 순간만의 시름만 달랠뿐 행운의 여신이 찾아올 확률은 제로가 되는데 비해 복권을 사는 청년에게는 천만분의 일이라도 행운이 찾아 올 확률이라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 꿈을 꾸는 판샤 청년에게 행운의 여신이 부디 미소 짓기를!

  2017.  2

 

 

by 마음 | 2017/02/08 14:39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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