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가 좋다!

나잇값

첫 인상이 좋아도 겪고 보면 피곤해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처음에 조금 거북한 사람이라도 지내고보면 길게 여운이 남는 사람이 있으므로, 첫 만남으로 쉽게 판단을 할 일은 아니지만 사람의 사귐에는 인연이 어떻고 관계가 어떻고 떠나서 끝까지 진지함을 유지하며 여운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크나 큰 행운이다.

학창시절, 젊은 시절 멋모르고 좋아서 뒹굴던 여러 명의 친구와 동료가 있었지만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가니 모두가 덤덤하기만 하다. 믿고 서로 의지하여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관계의 사람이 가족 외에 과연 존재하기나 한 것인지,

그런 연유로 사람보다는 自然이 좋다. 이좋고, 이좋다. 강풍에 시달려 뿌리가 움파인 구봉산의 밤나무가 차라리 정겨워 무상한 생각이 들 때마다 인근 산을 오르거나 창녕 남지 낙동강 주변을 자주 거닐었다.

나이 들면 외로움은 당연하고 사람 사귐이 힘든 것이야 정해진 이치니 쓸쓸함을 순리로 받아들이는 참에 최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신선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고있다.

 

20년 넘게 등산과 골프를 운동 삼고 주말을 보냈는데 몇 달 전부터 예전에 즐겼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40대 후반까지는 테니스를 무던히도 즐겼지만, 어느 해부터 엘보로 고생하여 접었던 운동이었는데 지난해 여름 교토에 잠깐 머물면서 딱딱한 테니스 공 대신 일본인의 체질에 맞게 변형되었다는 연식정구를 접하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 복식게임을 하며 정구를 칠 때마다 빵!빵! 내는 소리가 내 마음을 현혹하였고 말랑말랑한 고무공의 살가움이 꼭 내게 맞을 것 같아 바로 시작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테니스와 거의 비슷하지만 임팩트의 충격이 적은 정구는 그 재미가 여간 달지 않다. 동적인 움직임도 테니스와 다를바 없어 나부대기 좋아하는 내 체질에도 잘 맞는 운동이다.

땀 흘리며 뛰고 승부를 볼 때는 거침없이 휘두르고 그러다 지치면 물마시고 쉬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호회의 사람을 만난 것이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2-3번씩 부대끼다 보니 멀리 떨어진 친구보다 내 정구 파트너가 반갑기 그지없다.

활기차게 즐기고 소리도 지르면서 스트레스 해소에 더 없이 좋지만, 시합을 하다보면 젊은 시절 뛰어다니던 것처럼 잽싸게 뛰지는 못하여 연배가 10년 이상 차이나는 내 파트너가 내가 뛰지 못한 만큼을 대신 뛰느라 숨을 헐떡이는 게 재미도 있지만 가끔씩은 미안하기도 하다.

내 나이에 이토록 체력을 소모하는 운동을 왜 하느냐고 반문하는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기술이 체력보다 월등하다며 허세를 부리기도 하지만 기실은 정교한 기술이 내게 있지도 않다.

모든 게 때가 있듯 보리 안 패는 3없고 나락 안 패는 6없다.’지만 나는 이미 낙엽 지는 10을 맞이한 나이로 때늦게 젊은이들과 어울려 나만 희희낙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한 번씩 들기도 하는데 다행히 젊은 회원들은 나를 동호인으로 사회적 연배로 배려를 많이 해준다.

 

그 들의 얘기인즉, 동네마다 들어선 실내골프가 대중화 되어 왠만하면 모두 골프를 친다며 무거운 채를 들고 다니지만 막상 정구치는 사람은 귀하고 또 칠만한 공간도 코트도 없어 회원 한명 늘이기가 요즘 신생아 찾듯이 힘들기만 했는데,

내 집에서 먼 곳까지 내 스스로 찾아와 정구를 배우겠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반가운데 서너 달 함께 치다보니 예전의 테니스 감각이 살아나 게임시에 구석구석을 찌르는 노회한 나의 로빙 볼로 인해 차원이 다른(?) 시합을 하게 되었다고들 웃는 것이다. 물론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겠지만, 나로서는 명분도 얻었고 자신도 생겼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속담은 진리와 다를바 없다. 

그래서 다른 회원들보다 회비를 조금 더 내기로 작정하고 찬조금을 내 놓으며 나잇값으로 쳐 달라고 하니 내 마음도 가볍고 동호회 분위기도 화창한 봄날이다.

,빵, 소리 나는 정구가 좋다!

 

2018. 4. 3.

 

 

by 마음 | 2018/04/04 12:46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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