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웰빙

웰다잉(Well-dying)을 위하여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쓴다.  

삶의 주체가 이니 죽음의 주체도이다! 라고 선언하면 신앙적으로 보면 발칙하고 의 영역에 대한 도발의 다름 아니지만, 요즘의 내게는 신앙의 존엄보다 내 삶의 존엄에 우선순위를 둔다.

다만,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졌을 때를 전제로 한 가정의 경우이기는 하다. 호주의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도, 20세기 기독교 부흥의 복음전도사 빌리 그래함목사도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존엄사를 택한 것은 웰다잉이 신앙의 문제와는 다른 삶의 마지막 선택이기 때문이다.

, 참으로 건강하다고 자부했다. 생활의 패턴부터 몸 관리까지 그냥 습관적으로 장수 마을에서 장수하는 사람들처럼, 단순하게 살고 항상 몸을 많이 움직이고, 고민의 무게에 빠지지 않으려는 태생적 낙천이 내 태도였으니 당연히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가끔씩 많이 예민하고 싫은 꼴 보면 못 참고 허둥지둥 자주 헤매는 성격이지만 생각만큼은 깊이하고 오래하고 긍정적으로 귀결을 찾다 보니, 건강의 착시현상만을 본것이다.  

웰다잉(Well-dying)의 첫 계명이 죽을 때를 스스로 선택하자라는 것이라면, 내가 쓰러졌을 때 내 의지로 삶도 죽음도 선택 할 수 없는 무력한 정신이 되었을 때 나는 결코 중환자실에서 혼미한 채 연명치료로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원칙을 내 의지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절대적이라는 말은 내 스스로도 경계하지만, 맑은 정신, 좋은 상태일 때 나는 이 결론을 내렸다. “웰다잉(Well-dying)이 좋다!”

비록 베토벤 교향곡은 아닐지라도 내 좋아하는 가곡 그리움을 들으며 스위스 로잔에 가지 않고도 내가 태어난 내 나라에서 웰다잉을 한다면 그 아니 좋은가!  

토요일 아침식사 후 커피 마시는 중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하자, 기가 차다는 표정의 아내가 7년 전의 얘기를 꺼낸다. 당시, 변두리 아파트로 이사 온지 10년도 되었고 딸도 귀국하여 서울에 정착을 한 후라 다른 아파트로 옮기면 어떻겠느냐고 제의를 하였더니, 내 입에서 떨어진 말인즉

산을 옮기기 에는 집을 옮길 수 없다!“고 했단다. 그 단호함에 아내와 딸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더는 이사 얘기를 하지 않기로 했는데 철 들면 망령이라더니 세상에서 제일 건강한 척 하던 사람이 왠 망령이냐며? 도무지 심각한 게 없다. 하긴 심각할 필요가 없기는 하다.

당시 딸이 집에 들르러 오는 횟수도 늘어나는데 올 때마다 집이 좀 작아 보이는 게 걸렸던 딸이 엄마를 꼬드긴 것이었겠지만 아내와 둘이 10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작다고 느낀 적이 없는 넓은 공간을 좁다고 투정되는 아내의 속마음을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할 생각조차 없었다. 변두리라고는 하지만 공기 좋고 아침, 저녁 등산과 산책코스가 너무도 자연적으로 갖춰진 산이 있고 광려천이 있어 내 취향에 부족함이 없는데다 인접 고속도로와의 접근성이 좋아 교통까지 편리한 이 아파트를 왜 떠나야 하는지 반문하면서 꼭 이사를 해야 한다면 비슷한 조건을 갖춘 아파트를 찾자는 취지로 던진 말이 바로 산을 옮기기 에는 집을 옮길 수 없다!“였다.  

그런데 그토록 고집하여 아침등산의 좋은 코스 산을 오르내리던 내게 한 달에 전 사소한 사고로 발목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부터 산을 오를 수 없게 되자 내 의식에 변화가 생겼다. 아니, 등산을 하지 않고도 집에서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실내자전거, 거꾸리, 아령, 바벨 등 운동 기구가 집에 모두 있었다. 그럼에도 1시간 땀 흘리고 산에 올라야만 체력을 연마할 수 있다고 자부했었는데, 요 근래 운동 후면 뒷목이 뻐근해지는 현상에 의아해하다 6년 전 건강검진이후 하지 않던 검진을 하고보니 내 혈압이 106~160의 고혈압임을 설명 듣는 순간 자존감이 무너지고 구겨지는 충격을 겪고부터다.  

수십 년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이 원장도 내 낙심의 표정을 읽었는지 지금부터 약만 먹으면 금방 회복되는 게 고혈압이고 내 나이에 고혈압 약 안 먹는 사람 거의 없으니 조금도 섭섭해 하지 말라며 위로의 말조차 건네주었지만 그 충격의 파고는 며칠이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나이가 나이니 만큼, 서글픈 생각이 들어도 받아들이기로 하고 등산 대신 산책을 며칠하면서 마음가닥이 잡히자 웰다잉(Well-dying)도 생각하고 이제는 산을 안 옮겨도 되니 당신이 좋다면 이사를 가도 된다며 아내와 딸의 요구에 동의를 해 준 것인데 이번에는 아내의 태도가 떨떠름하다. 지금의 이 아파트를 팔아서 시내의 더 넓은아파트를 갈수 있겠냐는 반문이다. 여기 아파트 가격은 7년 전에 비해 20% 이하나 떨어져서 더는 가격으로 새 아파트를 살수가 없으니, 그 차액을 어떻게 감당하든 하라는 것이다.

당최, 부동산가격이나 경제개념이 부족한 나로서는 설마하고 되물었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은 그만큼 하락하였고 새로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상승하였다.  

어휴! 내 딴엔 진지하게 웰다잉(Well-dying)을 말했음에도 아내에게는 말빨이 서지 않는다. 하기는 순서가 잘못된 것같다.  웰다잉을 준비하기 전에 참살이 웰빙(Well-being)을 먼저 챙기라는 뜻 아니겠는가! 세상살이 내 생각과 내 판단으로는 되는 게 없다.  

2018. 6. 16.

 



by 마음 | 2018/06/19 12:42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yskim.egloos.com/tb/222912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춘기 at 2018/06/20 15:31
웰빙 웰다잉에 웰천국이길 기원합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