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웰빙

웰빙(Well-being), 웰다잉(Well-dying)

삶의 주체가 이니 죽음의 주체도이다! 라고 선언하면 신앙적으로 보면 발칙하고 의 영역에 대한 도발의 다름 아니지만, 요즘의 내게는 신앙의 존엄보다 내 삶의 존엄에 우선순위를 둔다.

다만,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졌을 때를 전제로 한 가정의 경우이기는 하다. 호주의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도, 20세기 기독교 부흥의 복음전도사 빌리 그래함목사도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존엄사를 택한 것은 웰다잉이 신앙의 문제와는 다른 삶의 마지막 선택이기 때문이다.

, 참으로 건강하다고 자부했다. 아침이면 산에 오르는 습관부터 적당히 먹고 항상 몸을 많이 움직이는 장수 마을의 노인 같은 생활 패턴이 그랬다

그런데 이변이 발생했다.

몇 달에 전 사소한 사고로 발목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부터 산을 오를 수 없게 되자 내 의식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땀 흘리고 산에 올라야만 체력을 연마할 수 있다고 자부했었는데 등산을 하지 않고 집에서 약간의 근력운동을 하다 보니 시간도 여유롭고 몸이 편해지는 게 좋았다.

그렇게 두어 달 보내다 다시 등산을 시작하자 몸이 힘들고 운동 후면 뒷목이 뻐근해지는 현상에 의아해하자 아내와 딸의 성화로 6년 전 건강검진이후 하지 않던 검진을 하고보니 내 혈압이 106~160의 고혈압이라는 것이다.

그 설명을 듣는 순간 자존감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고향 동창으로 수십 년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이 원장도 내 낙심의 표정을 읽었는지 지금부터 약만 먹으면 금방 회복되는 게 고혈압이고 내 나이에 고혈압 약 안 먹는 사람 거의 없으니 조금도 섭섭해 하지 말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지만 그 충격의 파고는 며칠이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유전적 현상이라면 피할 길 없는 집안 내력이다!

그런 생각에 몰두하다보니 웰다잉(Well-dying)이란 화두가 떠 오른 것이다.

웰다잉(Well-dying)의 첫 계명이 죽을 때를 스스로 선택하자라는 것이라면, 내가 쓰러졌을 때 내 의지로 삶도 죽음도 선택 할 수 없는 무력한 정신이 되었을 때 나는 결코 중환자실에서 혼미한 채 연명치료로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원칙을 내 의지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절대적이라는 말은 내 스스로도 경계하지만, 맑은 정신, 좋은 상태일 때 나는 이 결론을 내렸다. “웰다잉(Well-dying)이 좋다!”

비록 베토벤 교향곡은 아닐지라도 내 좋아하는 가곡 그리움을 들으며 스위스 로잔에 가지 않고도 내가 태어난 내 나라에서 웰다잉을 한다면 그 아니 좋은가!

 토요일 아침식사 후 커피 마시는 중 웰 다잉(Well-dying)을 위하여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쓰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꺼내자, 기가 차다는 표정의 아내가 7년 전의 내 말은 기억하느냐고 되묻는다. 당시, 변두리 아파트로 이사 온지 10년도 되었고 딸도 귀국하여 서울에 정착을 한 후라 다른 아파트로 옮기면 어떻겠느냐고 제의를 하였더니, 내 입에서 떨어진 말인즉

을 옮기기 에는 집을 옮길 수 없다고 했단다. 그 단호함에 아내와 딸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더는 이사 얘기를 하지 않기로 했는데 철 들면 망령이라더니 세상에서 제일 건강한 척 하던 사람이 웰 다잉(Well-dying)은 웬 말이냐며? 도무지 심각한 게 없다. 하긴 심각할 필요가 없기는 하다.

나이도 나이고 혈압도 높다하여 서글픈 생각에 웰다잉(Well-dying)을 얘기하면서 이제는 산을 안 옮겨도 되니 당신이 좋다면 이사를 가도 된다며 아내와 딸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한 것인데 이번에는 아내의 태도가 떨떠름하다. 지금의 이 아파트를 팔아서 시내의 더 넓은 아파트를 갈수 있겠냐는 반문이다. 여기 아파트 가격은 7년 전에 비해 30% 이하나 떨어져서 더는 가격으로 새 아파트를 갈수도 없는데 당최, 부동산가격이나 경제개념이 있기는 하느냐며 나무라는 아내를 피해 슬며시 자리를 뜬다.

 어휴! 내 딴엔 진지하게 웰다잉(Well-dying)을 말했음에도 아내에게는 말발이 서지 않는다. 하기는 순서가 잘못된 것 같다. 웰다잉을 준비하기 전에 참살이 웰빙(Well-being)을 먼저 챙기라는 뜻 아니겠는가! 세상살이 내 생각과 내 판단으로는 되는 게 없다.  

 

2018. 6. 16.

 


by 마음 | 2018/06/19 12:42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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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춘기 at 2018/06/20 15:31
웰빙 웰다잉에 웰천국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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