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하는 중, 구걸하는 중

<큰스님이 행각승의 대가리를 치다>  

옛날에 한 큰스님이 동자 하나를 데리고 있었는데, 동자승은 법도라고는 전혀 몰랐다. 스님이 동자승에게 법도를 가르치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는 행각승 하나가 찾아와 동자에게 인간의 예의를 가르쳤다. 느지막이 큰스님이 외출하고 돌아오는 것을 보고는 동자승이 큰스님에게 예를 갖춰 문안을 드리자, 큰스님은 괴이하여 동자에게 물었다.

"누가 너에게 예의를 가르쳐 주더냐?"

"큰방에 오신 아무개 스님입니다."

큰스님은 그 스님을 불렀다.

행각승이 큰스님을 보고 넙죽 절을 하자

큰스님은 행각승을 냅다 발로 차면서 호통을 치셨지요.

이 놈아 남의 집에 행각하려면 조용히 있다 떠날 일이지 누가 너더러 동자를 망가뜨리라 하였느냐 당장 짐을 싸고 떠나라!"  

큰스님은 동자승에게 세상의 예법이나 지식이나 육체로 살아가는 모든 법을 빼내려고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고

선지식 일구의 말을 깨달으려면 먼저 똥자루 육체에서 자신의 생각이 떠나야 깨달을 수 있음을 아는 큰스님이어서 이 동자를 몇 년 데리고 있으면서 행여라도 제 스스로 깨닫는 놈이 될까 하였는데 섣부른 행각승이 오지랖으로 꼴깝을 뜬 거지요.  

칠언절구 선시(禪詩)

行脚僧(행각승)-松桂懶湜(송계나식)구절입니다.

 

散盡人間無限愁(산진인간무한수)

飄然身世任閑遊(표연신세임한유)

百年天地一瓢釋(백년천지일표석)

詠月吟風興自悠(영월음풍흥자유)  

인간세상 무한근심 흩어 버리고

바람 같은 신세여 발길 따라 노니는가

백년 천지에 한 표주박의 나그네

달을 읊고 바람 맞으며 흥이 절로 넘치네.

 

2019. 2. 구정연휴 기간에 있었던 사건사고 소식을 듣다가 문득 위의 선시가 생각이 난 것입니다

번화한 정우상가 거리에서 탁발승이 불전함을 앞에 놓고 청아하게 목탁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걸걸한 목소리로 염불을 외는 탁발승의 모습은 경건하기도 하여 지나가던 행인들 중 불자들은 간혹 시주를 하기도 합니다.

 

그때 운동모자를 쓴 젊은 사람이 탁발승에게 다가와 묻습니다.

스님 지금 뭐하는 겁니까?”

눈을 지그시 뜬 탁발승이 대답합니다.

행각으로 수행하는 중이지요!

젊은 사람이 퉁명스레

수행은 무슨 수행이요!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중이구만...“

탁발승이 화가 나서

젊은이의 대가리를 목탁으로 내리치고 불전함을 들고 횡하니 가버렸습니다.

 

불시에 머리통을 얻어맞은 젊은이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탁발승은 찾을 길이 없습니다. 화가 난 젊은이는 파출소에 가서 하소연 하며 자신을 폭행한 탁발승을 잡아달라고 했습니다. 경찰관들은 주위의 CCTV 확인하여 조사하겠으니 고발인이 맞은 머리부위를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모자를 벗자 탁발승과 똑같은 까까머리 여서 직업이 뭐냐고 물으니 젊은 사람은 자기는 조계종 승려로 수행 중 이라고 합니다.

 

경찰관은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젊은이를 보내주었는데 사건 접수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젊은이의 입에서 술 냄새가 너무 심했기 때문입니다.

수행하는 중구걸하는 중누구를 피해자로 봐야 하는지 고민이 깊었습니다.

2019. 2. 8.

 

 

 

 

by 마음 | 2019/02/08 14:01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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