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썰매경주의 비극>
개썰매경주는 1908년 알래스카에서 금광을 캐던 광부들이 짐을 나르던 개썰매를 통해 어떤 개들이 더 많이 나르느냐를 돈을 걸어 도박을 한 것이 유래랍니다. 닛타 지로(新田次郞)의 “알래스카 이야기”에 있는 눈썰매 이야기입니다. 알래스카에서는 눈썰매를 끄는 여러 마리의 개 중에서 가장 병약한 개의 줄을 짧게 맨다고 합니다. 개들을 빨리 달리게 할 때에는 짧게 매여 있는 개를 채찍으로 때립니다. 채찍 맞은 개의 비명이 다른 개들을 더욱 빨리 달리게 합니다. 그 병약한 개가 죽고 나면 나머지 개 중에서 또 병약한 개가 그 자리에 묶입니다. 썰매를 모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 채찍의 강도는 달라도 썰매를 끄는 개는 강인해야만이 생존하는 것입니다. 독재자가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려 엄벌과 공포로 인민을 제압하는 방법이 이와 비슷합니다. 자기에게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세력이 있다면 그 중 한 사람을 택하여 잔혹하게 공개처형 함으로써 감히 도발의 싹을 자르는 수법이지요. 회오리 눈길 속을 달리며 적폐청산이라는 썰매를 끌던 혁신세력이 드디어 사법부의 농단을 파헤치고 무소불위의 검찰력으로 썰매를 모는 지위가 되었습니다. 이 중 가장 병약한 자에게는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협의로 기소를 하였습니다. 이게 다가 아니고 가혹한 채찍이 또 있을 수 있음도 암시하였습니다. 촛불 들었던 시민의 위대한 힘으로 모험과 도전의 혁신 정치가 시작되었지만 적폐청산이라는 과업을 수행하면서 과거를 파헤치다 보니 살아있는 사람들만의 과거가 아닌 건국후의 과거 친일청산이라는 또 다른 적폐가 잔존하여 다시 좌편향 우편향으로 양분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거청산 몰두에 미래가 함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알래스카의 얼음산 매킨리에서는 아이디타로드(Iditarod) 썰매경주가 감동적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앵커리지에서 1,600㎞나 떨어진 작은 마을 놈(Nome)까지의 험난한 눈길을 뚫고 디프테리아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했던 머셔(개썰매를 모는 사람)들을 기념한 경주입니다. 그런데 머셔와 14마리의 썰매 끄는 개로 출발하지만 9일의 악전고투로 결승전에는 6마리만 살아남은 경우도 종종 있답니다. 썰매를 모는 사람이 채찍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40도의 혹한과 강풍에서 알래스칸 허스키 종조차 그렇게 죽었답니다. 막강한 국가권력을 시정잡배에게 사유화시킨데 분개하여 ‘연작처당(燕雀處堂)’이라는 글을 상기해가며 대통령 탄핵을 지지했던 소시민인 저로서는 적폐청산만을 주장하는 오늘의 정치가 어떤 결과를 야기할지, 진정 목숨을 건 개썰매경주를 하는 것은 아닌지, “네 영혼이 아프거든 알래스카로 가라”는 어느 산악인의 글 제목처럼 얼떨떨하기만 합니다.
2019.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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