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도

법무사생활  

사무실에 출근하여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내 자리에서의 기도입니다.

그리고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것이지요. 오늘은 우연히 2009년도 4월에 썼던 내 글의 제목을 보다가 지금의 느낌과 처한 상황이 너무도 똑같은 나의 기도를 읽고는 놀라움과 비감이 교차합니다. 10년 전과 달라진 것이라면 사무실을 시내로 이전한 것뿐입니다. 다음은 그 때의 기도 내용입니다.  

오늘 하루 건강 주셔서 출근하게 하셨으니 감사, 일터 주신 자리는 축복의 장소라는 믿음의 고백, 또 오늘 만나는 사람들과 좋은 교제가 있기를 소원하는 바람!

참으로 그렇습니다. 경기불황으로 하루하루 힘겹고 전문직이라는 명함을 가졌어도 경제적 여력은 마이너스 카드를 써야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래도 이런 일터 주셔서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생활법률 상담을 해 줄 수 있는 내 역할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관공서라고는 읍사무소와 보건지소 밖에 없는 읍 단위에서 내가 법무사사무실을 개업할 때! 내가 이 지역에서 감당할 사명이 있음을 깨닫게 한 이는 나의 직감, 나의 능력이 아니었습니다.

양심과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고 믿든 내 일터 법원에서 법관이 아닌 일반직의 태생적 한계의 벽은 결코 넘을 수 없는 "금단(禁斷)의 벽"임을 절감하고 경악과 좌절로 사직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때 나의 위로는 기도와 성경뿐이었습니다.

믿고 싶지 않지만, 내부 부조리를 혁신하고 업무의 경직 대신 하의상달의 분위기로 공정과 순리의 올곧은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지위와 명예, 심지어 승진의 기회마저 박탈하는 불의가 득세하는 현장의 피해자가 바로 '' 임을 을 알았을 때 나에게 남은 인생은 법무사라는 전문자격증 하나뿐이었습니다.

일반직 협의회 대표로서 법원장과의 독대로 진실을 호소한 것 뿐, 그 어떠한 불의도 행하지 않았음에도 내게 얹어진 멍에는 법원의 권위를 도발했다는 침소봉대! 주홍글씨 낙인이었습니다. 이 기막힌 왜곡은 법관이 주도하는 사법행정 조직에서 일반직으로의 나는 살아 갈 수 없음을,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음을 절감하는 것뿐이었습니다. 하나님께 간구하며 몸부림도 쳤지만 나의 신원회복은 내 존재의 미약함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불현듯 나의 달란트로 봉사할 수 있는 곳이 이 곳<대도시도 아니고, 고향도 아니고, 법원앞도 아닌, 조촐한 읍내> 이라는 응답으로 경제적 계산 없이 무작정 사무실을 얻은 것이 법무사로서 나의 새로운 인생 출발이었습니다누가 보든 말든, 나의 개업소식을 법률신문에 실은 문구도 건축자의 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나니 이는 여호와의 행하신 것이요”(시편 11821-23) 라는 성구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불의한 조직과 인간에 대한 적의(敵意)가 가시지 않은 아둔한 나였습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생각해보니 나로서는 전혀 생각지도, 원하지도 않는 방향으로 나의 길이 정해진 것 모두 하나님의 섭리임과 내 기도의 부족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내 의지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고 또한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정의(正義)가 내게는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모든 것을 "그 마음의 원대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살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임을 알게 되자 내 마음에 비로소 평안함이 깃들었고 그 하나님의 역사 앞에 나를 음해(?)했든 세도 높은 자들도 결국 나락의 길을 걸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아픔도 미지근하고 미움도 미지근하지만 원망 없이 모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지금의 내가 되었고 나의 하루하루는 작은 소망으로 시작하는 소시민으로의 생활인일 뿐입니다.

내 인생이 강하고 담대하지 못했음도 인정하고, 기도와 영성이 부족했음도 인정하며, 야무지 못한 성격으로 경제적 성공과도 거리가 멀었다고 인정하니 욕망도 후회도 없습니다. 살아온 날들, 살아갈 날들, 지금의 나는 무엇을 기대하는 바도 없이 정말 얼토당토 않게 세월만 허송한 초로의 남자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합니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내게, 아내는 항상 표정이 밝다고 얘기합니다. 남들도 제게 인상이 좋다고 가끔씩 얘기합니다.

사실은 아니겠지요! 세상근심으로 일그러진 마음일 때가 많은데 무엇 그리 좋겠습니까! 능력도 열정도 식은 채, 아무런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내면서 그냥 근본도 모르는 편안함으로 지내는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세파를 겪은 후의 나는 원함도 없고 부족함도 없습니다. 무력감인지 평안함인지 모른 채, 아직은 몸이 건강하므로 뭔가 좀 존재적 가치이고 싶다는 기대를 하지만 하나님은 나를 용도폐기하신 모양입니다! 아니 내 의지(意志)의 실종이라 해야겠지요!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 라는 히브리스 111절의 성경말씀을 다시금 묵상하며 기도 해야겠습니다

이렇듯 10년 전의 기도와 바람이 지금도 그대로라니! 발전도 변화도 없는 내 생활, 무력한 내 생의 본질을 확인한듯하여 씁쓸함이 스치지만, 어쩌겠습니까! 요즘은 시간 날때마다 영어성경 필사를 하고 일주일에 몇 번씩 정구를 치며 근본도 모르는 편안함으로 시시덕거리고 있습니다.

                    2019426일  바람 불고 흐린 날. 

    


by 마음 | 2019/04/26 13:48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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