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권등기

<상담의 한계>

상담인 중에는 편집병적 증세가 있어 세상과 사람들을 지나치게 불신하여 상담을 해주는 나조차 뭔가 자신에게 불리한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상담인에게 의뢰의 내용이 법률적으로 어렵다는 부정적 얘기를 하기라도 하면 그때부터는 자기를 무시한다며 경계심을 지니기도 하고, 심하면 적의를 나타내기까지 한다.

오늘의 젊은 상담인도 그런 경우다. 군 제대 후 직장에 따른 근무지를 옮기면서 원룸 보증금 2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주민등록 주소지를 직장으로 옮기다 보니 소액임차인으로서의 대항력을 상실하여 보증금을 못 받을 처지가 되어 상담 온 것인데, 확정일자를 받았을지라도 계약기간 채우고 임차권 등기 후에 주소를 옮기셨어야 하는데 왜 그렇게 서둘렀냐고? 상담 중 내가 무심히 던진 말에 상담인은 상처를 받은 모양이다.

본인으로서는 원룸 임대인이 계약기간이 종료하면 보증금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철저히 믿고 주소를 옮긴 것인데 계약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새 임차인이 없다며 보증금반환을 미루기만 하여 불안한 마음에 나를 찾아왔건만, 내가 왜? 그랬냐고 물었으니 자기를 다그치는 뜻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임대인을 사기죄로 구속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과민한 반응으로 내게 적의를 보이는 태도가 상당히 도발적이다.

화가 날 수밖에 없었던 민원인의 사정을 먼저 위로하고 절차적 답변을 했어야 함에 그 점을 간과한 나의 실수이다. 이 상담인의 목적은 법률절차 보다는 자신의 전 재산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느냐에 대한 확답부터 듣고 싶었던 것인데 원하는 형사처리 대신 보증금반환 청구니 경매니 하는 민사 실무적 절차만을 설명했으니 결국 내 상담 내용은 공허하기만 하다.  

내가 형사사건은 아니라고 단정 한 것에 대한 불만인지,  "법이 왜 그따위냐!" 라는 하고 싶은  말을 참는 듯, 굳은 표정으로 일어서는 민원인의 뒷 모습을 보며  일본작가엔도 슈사쿠’(1996년 작고)의 소설 <침묵>을 읽으면서 느꼈던 후미에 가 떠오름은 왠일인가!

마음은 확실한데 현실은 마음에 반하는 행동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그런 태도를 감지한 때문이리라!.

일본 에도 막부시대 카도릭 신자들은 정신적 지주로 그동안의 신앙생활에서 최고의 선이며 권위자인 하나님을 밟고 지나가야만 참혹한 죽음을 면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신자(信者)들은 후미에를 하여 신을 배반하고 구차한 삶을 이어가느냐, 신앙의 절의로 처절한 순교를 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선 자신들의 고통과 연약함을 하나님은 왜? 구원해주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 하는지를 묻지만, 작가인엔도 슈사쿠후미에의식을 감행하여 고통을 자극하는 행위는 인간(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는 일로 배교(背敎)는 신과 인간의 관계이기보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라고 의도 했는지도 모른다.

사람마다의 생각이 다른 것은 살아 온 환경이 생각으로 반영되고 삶의 과정이 성격을 형성했기에 분별력 있는 판단은 삶의 여분이 있을 때에야 나타나는 것이지 배움과 학식이 있다하여 이성적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 인생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합리적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여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는 경우가 더 많다. 

나로서도 지금의 나이에 이르고 보니, 이 것은 행운이고, 저 것은 불운이다. 리는 규정도 별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모든 결과를 그냥 받아들이고 싫어도 너무 괴로워 하지 않고, 좋아도 너무 티내지 않고 나를 조금씩 양보하다 보면 불운도 행운이 되고 행운은 더 좋은 인연이 되는 원리가 작용한다. 하루하루 생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긍정의 힘은 역시 가족의 사랑과 신뢰가 바탕이 되고 주변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욱이 법무사로서 상담인과의 관계는 좀 더 따뜻하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함을 오늘 다시 경험했다.

 

2019. 6. 25.

참고:

후미에 란, 17-19세기 일본의 지배계급인 에도 막부시대에 신앙금지령을 내렸음에도 이를 어긴 기독교신자를 색출하기 위해 신자들에게 십자가나 예수상을 새겨 놓은 판을 밟아 배교를 하든가, 신자임을 선언하고 잔혹한 순교를 당하든가를 선택하게 한 종교탄압 의식 

 

by 마음 | 2019/06/25 17:06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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