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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나를 보며 시작하고

마지막 날, 한숨 쉬며 나를 보내지만

나는 인류문화의 살아있는 역사(歷史)입니다.

 

때로,

나를 보며 흘러간 추억을 더듬는 은퇴한 60대도

힐끗힐끗 나를 보며 며칠남지 않은 거사를 도모하는 초조한 수험생도

눈 뜨자마자 나를 보며 황홀경 도가니에 빠진

결혼을 꿈꾸는 29세 신부도 있습니다.

 

그 날을 위해

내 얼굴에 동그라미도 그리고, 곱표도 쳐놓고

생일을 찾고 가슴앓인 추념일을 기억하려

내 얼굴 쥐어박는 밉다 못할 군상들도 많지만

그리움 안고 시대에 순응하며 잊히는 내 역할이 슬프기는 매한가지,

나는 이제 인류문화의 사라지는 역사(歷史)입니다.


그래도

번지 없는 두메산골 방벽 한가운데 나를 걸어두고

손주, 자식 올 날 여드레 남았다고 넓은 내 얼굴 따뜻하게 문지르는

팔순 노모의 거북손이 안타까워

아직은 내가 존재한답니다.

 

2020. 3. 13.

by 마음 | 2020/03/17 16:10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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