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없는 연애

자승자박(自繩自縛)

<장사꾼과 사냥꾼의 품격 없는 연애>

 

얼마 전 40대 중반의 이혼녀가 30대 후반의 거래처 미혼남과와 깊은 관계를 한동안 갖다가 직장에서 소문도 돌고 관계를 정리하려는데 30대인 이 남자의 기생충 같은 수작(본인의 말)으로 적지 않은 돈을 갈취 당했다는 하소연을 하면서 관계는 정리되었는데 돈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는 법적소송이 가능한지를 묻는 민원인이 있었다.

물론 민원인의 얘기대로라면 억울한 돈을 찾기 위한 법률적 상담인 듯 하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니 여자의 판단이 너무 잘못되었으므로 그냥 포기하고 다시는 그런 사람 만나지 않는 게 상책이니 인생경험으로 생각하고 끝내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려줬다.

상담자가 자기입장만을 합리화하든가 남 눈치 보느라 제대로 된 사실관계 설명이 없으면 상담은 겉돈다. 연인 사이에 그냥 준 돈과 빌려준 돈은 엄격히 다르다. 더구나 본인의 판단으로 빌려준 돈과 상대방의 기망으로 사취당한 돈의 법률관계는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으로 구별해야할 만큼 엄청 다르다. 그러니 자꾸 빌려준 돈 받게 해달라는 민원인의 하소연에 숨은 내막을 알아야하는 이유다.

그런데 처음 상담 때는 체인점을 운영하는 여자가 영업담당자에게 대여금 못 받은 것으로 얘기하여 물품대금으로 보낸 결제금을 왜 받으려는 지를 묻는 과정에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이실직고하여 알게 된 내력인데 듣고 보니 조금은 어이가 없었다.

마치 내가 기억하는 고전영화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로마의 휴일에서처럼 따분하여 시작한 교제였다고 말하면서 운명처럼 만난 상대방의 제의로 몇 시간 만에 바닷가로 여행을 떠났고 잠자리도 했다는 얘기를 할 때는 영화 주인공도 아니면서 슬픔에 젖은 모습으로 속삭대듯 하다가 돈을 되 찾아야하는 방법을 물을 때는 순식간에 독기어린 표정으로 바뀌니 마치 카멜레온을 만난 것처럼 내가 황망할 지경이었다. 영화에서라면 그레고리 펙과 앤 공주(오드리 헵번)는 순수했건만…….

생활이 무미건조했던 여자가 먼저 총각인 남자에게 빠져 환상적 연애를 하다 결국 자승자박의 먹잇감이 되었으면서도 자신의 행동은 삶의 애환이기라도 한 듯 낭만적이고 순진하게 표현하면서도 기생충인 상대남자는 자기처럼 천진한 사모님을 유혹하여 돈을 낚아채는 부도덕한 사냥꾼이므로 사기처벌이 안되면 돈이라도 받아야 한다며 날을 세우니 나로서도 까다로운 민원인을 만난뿐이다.

더구나 알고 속은 건지, 모르고 속은 건지 남자가 납기일에 미수금이 발생하면 카드깡이라도 해서 대납을 해야 위약금을 면한다는 사정을 설명하며 200만원을 대체해주면 일주일 이자로 20만원 주겠다는 제의에 별 의심 없이 빌려 주었는데, 처음엔 일주일 만에 적지 않은 이익을 주었고 그 꿀맛의 그 단위는 점차 커지고 그러다가 결정적일 때 삼천만원의 목돈을 남자에게 주었는데 그 돈을 지금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여자는 결국 높은 이자를 건질 수 있다는 계산으로 돈을 주다가 액수가 커진 것이고 그 돈을 못 받아서 상담을 하는 것이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부터 본인의 착오가 원인이지 기생충인 남자에게 자신이 속았다 할 수는 없는 사안인데 여자는 자꾸 속았다 하고, 기망 당한 것이라 하지만 무엇을 속은 건지, 과연 기망 당하기는 한 것인지 도무지 실체가 없다.  

연인관계였던 남자에게 그 동안 이자로 받은 사백만원의 푼돈은 결국 미끼였음을 나중에라도 알았을 텐데 남자와의 관계 때문이든 높은 이자 때문이든 본인은 지금도 판단을 못하고 있어 차라리 안타깝기만 하다.

짧은 순간이나마 연하의 남자에 빠졌던 자신의 연애감정은 정당했다고 말하지만 처음부터 결혼상대감은 아니었음을 본인이 알고 교제했다면 결국 돈으로 쾌락을 샀고 돈으로 쾌락을 판셈이니 서로가 서로를 이용한 것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

그러니까 결혼은 평생을 함께 하는 게 중요하고 내 것을 상대에게 주어도 아깝지 않지만 결혼상대가 아니었으니 내 것은 당연히 내 것이고 상대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러한 교제에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공감이 있을 리 없다. 서로가 이성(異性)으로만 교감 했다면 그 것은 그냥 성적욕망의 충족일 뿐이다.

처한 환경에 따른 차이야 있겠지만 결혼조건이 까다로워진 요즘 젊은이들의 연애, 사랑 모습의 일면을 본 듯하여 상담 후에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하긴 나는 오드리 햅번의 펜이었던 구닥다리 세대아닌가!

 

2020.  6.

by 마음 | 2020/06/11 11:33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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