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 상담


요즈음의 이혼 상담시 이혼 사유가 상대방에 대한 불신 때문이란 점에 주목한다. 예전처럼 간통이나 술주정 경제력 무능 등도 아니고,민법 제840조에서 이혼사유로 나열한 배우자의 부정행위, 주벽, 도벽, 폭행, 유기, 라기보다 소통부재로 인한 괴로움이 이혼의 주된 사유다

며칠 전 상담했던 60세 어느 부인.

남편은 한때 이름 있는 직장에서 과장까지 하다가 퇴직 후 건설업을 시작하여 재산만 날렸단다. 재산만 날렸으면 괜찮은데 술을 많이 마셔 건강도 날려 요주의 단계인데 술, 담배 좀 줄이라는 자기의 말을 귓등으로 듣기만 하며, 진지하게 얘기 좀 하려해도, 참견하지 말라며 상스런 욕을 하고 성을 벌컥벌컥 내는 통에 만정이 떨어 졌단다.원래 젊었을 때부터 지 멋대로 하며 살던 남편이라 웬만하면 참고 살았는데 이제는 자기도 대접 받고 살 나이에 성질 더러운 남편 뒤치다꺼리나 하며 남은 세월 보내고 싶지 않아 이혼하겠다는 상담이었다.

오늘은 57세 된 남자와 상담했다.

자기는 30년 넘는 직장생활 하면서 봉급을 전부 아내에게 맡기며 살아 왔고 몇 년 더 직장생활 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회사 사정으로 조기 퇴직을 하게 되어 현재 집에 머물면서 노후의 삶을 계획 중이란다.

그런데 막상 집에서 몇 달을 지내다 보니 아내의 태도가 자기가 알던 고분고분한 아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농촌이나 한적한 지방으로 귀촌을 구상하여 아내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더니, 도시를 벗어난 곳의 단독 주택에서 자기는 살 수가 없으니, 혼자나 가라며 단박에 거절하면서 결혼이후 자식 3명 키운 것을 혼자 다했다고 생색을 내는 말에 너무 놀랐고, 자기로서는 평생 가장노릇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은퇴 후에 집에 있는 시간에도 자기를 본 채 만 채 여자들의 모임에 빠짐없이 나가 허구한 날 집을 비우는 것도 모자라 요즘엔 밥 차려 주는 것도 귀찮은지 하루 두 끼만 먹는 게 건강에 좋다며 한 끼만 밥해주고 한 끼는 알아서 해결하라고 노골적으로 구박한단다.

이렇게 자기를 홀대하는 아내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며칠을 아귀다툼만 하다 지쳐 이혼하기로 작정하고 왔다는 하소연이다.

이런 상담을 하며 두 사례 모두 정말 이혼의 이유가 되는 것인지 내 스스로에게 반문을 해 본다.

말이 통하지 않는 먹통 같은 상대방을 보면 미움이 생기는 것도 이해는 되고, 혼자 사는 두려움보다 같이 살며 마음의 벽이 더 싫다는 말에도 공감은 간다.

도대체가 너무 자기입장만 생각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는 없는 일방적 사고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잘못된 삶을 사는 게 모두 다 상대방 탓이어서 그 때문에 가정파탄이 발생했다고 단정 하는 것이다.특히 나이 많은 황혼 이혼 상담을 하는 사람들에게 두드러진 현상이다

그러나 하소연을 듣다 보면 부부 중 한 편이 먹통이어도 다른 일방이 소통의 노력을 한 적은 없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는 없다는 점이다.

대화의 창이 없다보니 각자 본인에게 유리한 말과 생각만을 하고 자신은 멀쩡한데 상대방이 병적이라고 치부하여 자신은 고통의 피해자라는 귀납적 사고방식이 상담의 주류를 이룬다.

이러한 귀납적 사고의 근본은 분명 공감대의 부족에서 온다. 공감이 없으면 각 자는 고립 되었다고 느끼고, 고립이 장기화되면 결국 서로에 대한 무관심으로 더는 살고 싶지 않다는 꿍-심이 생기는데 이때 돈 문제, 자식 문제, 친족관계 중 뭔가 하나 걸리면 결국 폭발의 도화선이 되어  "이제는 너 하고 살기 싫다!"는 행동개시가 바로 이혼이다.

상대방의 말에 조금만 귀를 기우려주고 그까짓 거 어때! 하며 한번만 이해 해주면 싸울 일도 아니건만 그러한 토닥거림이 없다보니 30년을 살아도 남편은 남의 편이고 아내는 내 안에 없다고 여긴다!

남편들은 나이가 들면 조그마한 일에도 제풀에 서럽고, 더구나 직장생활을 은퇴하고 집에서 머무는 날이 많은 일상은 스산한 바람만 불어도 극도로 우울해진다. 사회와 단절된 듯한 현실의 무력함에 자존감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믿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아내나 가족에게 조차 따뜻함을 못 느끼면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못하니 이혼 이라는 처방으로 현실을 잊고 싶은 것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남편 혼자는 힘들다. 아내가 도와주어야 한다

나이든 아내에게는 남편의 부드러운 말 이상 좋은 보약은 없다. 젊었을 때는 좀 보수적이고 지시적 말투의 남편들은 언성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아내의 외로움을 쉽게 극복 시킨다. 이 단순함이 상호간의 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탈무드에서 은은한 응답은 노여움을 물리친다!고 했듯이 낮은 소리의 대화는 상호간의 신뢰가 깊어진다.이렇듯 객관적으로 보면 별 어려운 일도 아닌데 변화를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를 상대방 탓만 하다 보면 가정의 평화는 자연 금이 간다. 이 작은 원인을 인지하느냐 아니냐는 삶을 지혜롭게 사는 자인지 미련하게 사는 자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최소한의 배려와 분별력만 있어도 공감의 결핍으로 "사네, 마네!" 하는 황혼의 이혼은 현저히 줄어들 것 같다

이기적 생각에 빠져들지 말고, 상대방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 주는 자세만으로도 노후의 생활과 삶의 질이 다른 환경이 되는데, 체면 또는 권위를 앞세우며 상대방 탓만 하다 보면 인생은 만시지탄이 된다.

이런 심각한 불통을 리더의 공감결핍 증후군으로 분류한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읽은 적이 있다.(Estima Story) 황혼이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공통적 증세인 듯 하다.

그러나 이 증세가 개인의 문제이기만 할까? 대화와 소통의 부재로 우리나라 정치와 경제를 무질서로 유린하는 정치인, 노동단체, 경제단체 의 지도급 인사들 모두가 리더의 공감결핍 증후군에 만연된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김 영 석  법무사



 

  

by 마음 | 2020/08/31 09:55 | 隨想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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