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를 보는 시각

<부자에게 배운 지혜!>

요즘 코로나 시대임에도 뉴스의 중심에 다주택이란 단어가 난무하고, 정부의 고위직이라도 되려는 사람의 재산형성과정에서 다주택 보유를 죄악시하는 풍조는 아무리 시대적 화두라 해도 자본주의 시대에 역행하는 정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정치에 투신해서 권세를 잡은 사람이 정치를 이용해 부자가 되었다면 당연히 도덕성의 문제로 지탄의 대상이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롭던 사람치고 한 채의 주택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없었던 게 그동안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 실상이었는데, 그래서 정권 초에는 임대업을 인정하여 소득신고만 제대로 하라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장까지 해놓고, 경제적 실책으로 서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다주택 보유한 사람들이 문제라며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부재지주인양 죄악시하는 것은 정말 우리나라가 자유경제주의를 신봉하는 민주주의 국가인지 의구심을 지니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이든 주택이든 많이 소유한 자에게 많은 세금 내게 하려면 부동산 보유세를 누진적으로 내는 법안을 통과시키게 오히려 합리적 경제정책이건만,

주택 2채 가진 것 보다 더 사악한 사모펀드를 조성한 사람에 대한 조처는 미흡하게 하면서 다주택자라는 이유만으로 양도차액을 징벌 적으로 몰수하겠다는 특별조치는 공평과세의 잣대가 아닌 정권의 수탈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명분도 너무 가소롭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사람들이 무주택자의 삶을 망가뜨리고 내 집 마련의 꿈을 뭉개는 악덕 부재지주로 취급을 받는단 말인가! 일제강점기 때 극소수의 부재지주는 친일파가 많았고 소작농이 대부분인 민초들을 노예처럼 다뤘기에 해방직후에 강제로 국가의 재산으로 귀속시키고 인민들에게 토지 분배를 하여 정당성을 부여 받았지만 지금이 그러한 수탈의 시대인가?

이 나라가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되려면 건전한 기업을 지원하고 부자일지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것이 아니라면 공평하고 공정한 세금을 내도록 하고 기부문화를 권장하는 것이 정의로운 정치인데, 다주택자들 부의 형성을 편향적 시각으로만 본다면 이 정권이 만든 경제정책이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자작지얼(自作之孽)의 때가 오리라 본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다주택에다 별장까지 보유한박 회장이라는 분도 그 중의 한명이다. 중견기업 사업체를 운영하는 분인데 나이는 나 보다 많아도 사고력은 훨씬 혁신적인 분이시다. 산행도 함께하고 공도 같이 치면서 잘 지내다보니 공휴일에는 박 회장의 별장에도 가고 온천도 함께한다. 처음엔 어지간히 껄끄러워 하며 함께 만나기를 피하든 아내도 유학중인 박 회장의 막내가 내 딸이 다닌 대학의 동문이라는 학부모 연대가 형성되자 어느 때부터 그의 부인과도 곧잘 소곤거리는 사이도 되었다.

그런데 아내의 얘기인즉

우리네 평범한 소시민과는 달리 별장까지 가진 박 회장 부부와 함께 논다는 것은 공연히 기죽는 기분인지라 만날 때마다 자존심이 상한단다.

소득차이가 큰 박 회장과 부인의 씀씀이에 비해, 우리 부부는 지금까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초라하지도 않게 평생을 살아오면서 부자를 부러워 한 적도 없었고 별장에 기죽을 이유도 없었는데, 박 회장부부를 만나면서 평범한 서민 아파트에 사는 게 알게 모르게 속상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는데 굳이 박 회장부부를 만날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을 터뜨리는 것이다.

하긴 아내의 항변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일반적으로19세기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에 대한 인식은 생산능력이 없는 무산계급자인 프롤레타리아의 노동력을 착취한 부르주아(Bourgeois)라는 편견으로 부정적 시각이 많았다. 남에게 인정을 베풀지 않고 인색한 짓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라고 단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자유경제의 흐름일지라도 타고난 금수저 부자 외에 자수성가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베풀 인정 다 베풀고, 인색하지 않게 부자가 될 수는 없는 노릇 이지만 남 보다 더 노력해서 부자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을 때, 인품이 겸비된 부자소리 듣기는 참으로 어렵다는 게 아내의 판단인 것이다.   

그런데 박 회장의 얘기로는 자신은 정말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교육도 제대로 받지를 못했는데, 일찍 군 기술하사관으로 근무한 후 우연한 기회에 제조업 사업을 시작하여 20년의 고생 끝에 오늘의 기업을 일궜다는 자수성가형이라는 설명이다.

덧붙여 설명하기를, 인간의 욕망은 누구나 부를 선망하고, 삶의 궁극적 목표가 부의 추구임을 부인할 수도 없는데 부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오히려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자신처럼 부를 축적하기까지 남 보다 더욱 노력하고 근검절약한 결과 부자가 되었음은 인정해줘야 함에도 그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괜스레 질시, 비난, 천박함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음을 느끼며 마치 아내의 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한심하다는 표정을 보인다.

태어날 때 가난한 것은 내 탓이 아니지만, 죽을 때 가난한 것은 내 탓이다는 유대인의 격언인 탈무드까지 인용하는 박 회장의 말에 나 자신은 부끄럽기만 하였다. 아내는 평생을 교사로 나는 법원공무원과 법무사로 열심히 살아 왔지만 내게는 관습화 된 유교적 가치관이 있어 물질() 숭배보다는 지식인으로 행세하며 선비정신의 덕목을 으뜸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아무리 변명한들 경제적 가치의 자본주의 시대를 살면서 기만 중의 기만이요 모순도 가장 큰 모순이었음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 "태어날 때 가난한 것은 내 책임이 아니지만, 죽을 때 가난한 것은 내 책임이다”라는 탈무드의 격언을 이해한 것은 부자인 박 회장에게 배운 지혜이다.

2020. 8.

 

by 마음 | 2020/09/01 13:23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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