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의 외식

196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 실태를 부각한 영화 그린 북(Green Book)”의 주인공 돈 셜리는 천재피아니스트이면서도 기품과 교양있는 박사학위 소유자인데 흑인이다.

반면 돈 셜리의 순회공연을 위해 고용된 운전기사토니 발레롱가는 교양과는 거리가 멀고 카지노 호텔주변에서 기생하며 주먹 믿고 살아가는 건달이나 아내를 사랑하는 평범한 가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백인이다.   

아무리 천재 피아니스트일지라도 또 공연장에선 최우선 주인공인 연주자 일지라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호텔과 레스토랑 출입조차 제한받는 돈 셜리박사는 명 연주자여서 순회공연을 하지만, 흑인을 배척하는 미 남부지역의 관습에 흑인이 백인과 같은 호텔에는 숙소를 정할 수 없어 각 지역 혹은 도시에서 흑인이 투숙할 수 있는 호텔을 찾는데 꼭 필요한 정보책자를 들고 다녀야 하는데 그 책이 바로 그린 북(Green Book)이다.  

고용된 운전기사로서 토니 발레롱가가 하는 역할은 운전 외 돈셜리박사의 신변도 보호해야 하므로 요즘시대의 경호원인 셈이다.

여행을 함께하는 동안 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토니에게 아내에게 쓰는 편지를 격조 있고 시적표현을 지도하는 박사에게 비록 흑인이지만 존경과 인간적 연민을 느끼고 인간의 근본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흑백 인종의 차별이 얼마나 야만적이며 제도적 결함을 지녔는지 이 영화가 여실히 대변하는 수작이다.  

이 영화가 왜 갑자기 생각난 것일까?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외식조차 못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중 모처럼 서울 간 김에 아내와 딸들과 마카오에서 맛있게 먹었던 딤섬요리를 하는 곳이 있다하여 찾기로 했다. 그런데 누가 코로나로 인해 호텔, 식당업이 한가하다 하였는가? 소문난 맛 집 식당은 사전예약조차 없이 1시간 이상을 대기해야 자리를 차지할 만큼 미식가들로 붐빈다.

25번째의 대기명단으로 70분정도 백화점을 서성이다 겨우 차례가 되어 코로나19 예방검색을 휴대폰 QR체크로 하고 좌석 배정을 받는데 카운터 직원이 우리는 안 된단다. 이유인즉, 거리두기 5인 이상 모임금지의 규정상 나의 동행이 5명이기 때문이란다. 아뿔싸! 큰딸이 유모차에 태우고 온 8개월 된 손녀가 이런 대접으로 인격이 부여될 줄이야!

황급한 마음에 직계존비속은 5인 이상 금지 예외규정 아니냐?“ 며 당연한 항변을 하였는데 카운터 직원 왈(), 직계존비속임을 증명하려면 가족관계증명서 제시하란다.

코로나시대 외식 한번 하려다가 유아인 손녀를 데리고 온 이유로 5인 이상의 금지에 해당한다 하여 가족 모두가 차별과 수모를 당하는 순간이다.  

아니, 가족관계증명서도 볼 줄 아는 이렇게 똑똑한 카운터가 눈에 보이는 가족 상황은 전혀 무시하고 당장 구하지도 못할 증명서를 제출하라니? 기가 막힌 나는 순간적으로 야만적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러나 침착한 첫째가 나를 막아서며 그래요! 하며 스마트폰에 저장된 주민등록등본을 제시하자 카운터 직원은 할 수 없다는 듯 자리를 배정하여 식사주문은 하게 되었지만 식탁은 당연히 4인 기준으로만 차려졌으니 유아인 손녀를 위한 높은 의자 재차 부탁하며 겨우 1년만의 우리가족 외식은 성사된 셈이다.

그러나 음식의 맛과 질은 처음부터 기분이 상한 탓에 평가의 겨를도 없었고 생애 처음으로 외식에 동참한 8달 손녀의 불편한 몸짓과 울음으로 말 그대로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정상적 식사는 염불에 그치고 우리가족은 무안한 상황에서 눈총을 받으며 코로나 시대 불편한 외식으로 하루를 보냈다.

20213월 1414:30에 강남 딤딤섬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일이다.

 

 

 

 

by 마음 | 2021/03/17 21:36 | 隨想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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