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라는 것

<혼 밥 아침>

 

여름이라도

아침에는 뜨끈한 국과 밥을 먹어야한다며

어머니는 하루도 빠짐없이 내 밥상을 그렇게 차려주셨다.

군대에도 구내식당도

국이 빠짐없이 나왔으니 내 식습관은 변할 일도 없고

국에 밥 말아먹는데 5분을 넘긴 적도 없었다.

 

결혼 초,

출근이 바쁜 아내가 아침 식단을 바꾸자하여

무심코 대답하였는데

졸지에 밥 대신 빵을 먹고 국 대신 우유를 마시고

아내는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 환경이 되었다.

 

얼마 후,

생태에 혼란이 생긴 나는

대한민국 남자는 아침이면 뜨끈한 국과 밥을 먹어야 한다.”

출근을 서두르는 아내에게 삐죽거렸다.

43년 전의 이야기다.


그 대한민국 남자! 지금은 혼자 아침을 챙긴다.

하루는 밥을 먹고

하루는 빵을 먹는다.


2021. 8


<비통한 弔旗>

 

!

우리는 찢어진 가슴에 조기를 달고

고해(苦海)의 넋이 된 당신을 문상합니다.

 

12살 어린 딸은

흐느낌에 목이쉬어

불 꺼진 골목길을

허사로 빙빙 돌며

아빠라 부를 아빠를 찾습니다.

 

죽음보다 고독했던

살음때문에

삭풍이 부는 때에 홀로가 된

원혼을 원망하며

우리는 차라리 살아있는 아픔으로

문기둥 껴안고 통곡해야 했습니다.

 

긴 머리 손에 감고

문밖에 웅크린

또 다른 홀로의 윤기 잃은 넋을 보며

!

비통으로 펄럭이는

버팀목 없는 弔旗를 보며

 

1991. 1. 15. <절친한 친구가 스스로 운명을 달리 했습니다>

 



by 마음 | 2021/08/10 10:48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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