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빨간 발목

물에 뜬 백조의 모습만을 보고 그럴싸하게 낭만적인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의 단순함을 적시하는 어느 수필을 읽었다. 요지인즉, 사물의 실체를 알기 위해서는 좀더 사려 깊은 관찰을 필요로 한다는 권면의 내용이었다. 백조는 자기 몸을 물위에 계속 떠 있게 하기위해 차가운 흙탕물 속에 발을 담그고 쉼 없이 발놀림을 해야 하는 힘겨운 동작으로 백조의 발목은 빨갛게 얼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을 앞둔 여성들이 어느 직종이든 성공한 남자와의 결혼을 원한다면 물위에 떠있는 백조만 보지 말고 백조의 붉은 발목도 봐야 한다50대 여성작가가 자신의 아픈 경험으로 젊은 후배를 충고하는 선배로의 고언이었다. 세상을 좀 더 넓게 보고 깊게 생각하는 글임에 틀림없고 나 역시 공감하는 얘기여서 유학중인 딸에게 E-mail로 보냈다.

딸은 아름다운 에 매료되어 어느 시인을 동경한다. 그 시인의 생각이 음악을 하는 자신의 정서와 교감이 되도록 일치한다는 것이다. 아빠인 나로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낭만적인 는 결코, 풍요한 환경과 안락함에서 탄생할 수 없고 고통과 고난을 수반한 각고로 태어나는 것이 本質임을 알려주고 그러한 힘겨운 자신과의 투쟁을 하는 사람이 시인이란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


얼마전 연수원을 갓 수료하고 뉴욕에 온 젊은 변호사와의 만남으로 한껏 고무된 딸의 전화를 받았을 때에도 나는 타일렀다. 성공한 남자의 현재의 온후한 모습을 전부라고 생각지 마라! 사법시험을 합격한 사람들은 보통 이상으로 한 성격의 소유자임과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前提하라고

함의 本質은 자신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인내의 소산이다. 詩人을 경계함도 변호사의 품성을 의심함도 아닌, 젊은 처녀들의 화려한 인생만을 꿈꾸는데 대한 허상을 깨우치기 위한 나의 언질을 딸은 이해한다고 했다.


부적절한 비유일까! 법률상담 가운데 가압류의 본질이 그러하다. 실체적 절차는 잘 알지 못하면서 가압류만 하면 채권확보는 문제없다고 단정하여 부동산, 동산, 봉급 가리지 않고 가압류해야 한다며 상담 아닌 요구를 하는 민원인들이 의외로 많다.

가압류는 임시적 채권확보의 잠정적 수단일 뿐, 채권확보의 본지가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 줘도 가압류만 하면 대강은 돈을 받는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능히 그런 식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 채권회수의 수단으로 가압류신청을 남발하다시피 해온 카드회사와 금융권의 업무형태를 보편적인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가압류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순진한 보증인들과 채무자를 합법적으로 위협하고 다분히 강제적 압박수단으로 없는 자의 고통을 너무 가중시키지 않았는가! 정말 악덕한 채무자는 가압류에 대비하여 법망을 빠져나갈 재산분산 조치를 미리 해놓는다. 그러니 보증인으로서 가압류를 당한 사람들은 기실은 형편이 어려운 순진한 서민이 대부분이었다.

가압류제도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바는 물론 아니지만,  밀행성, 긴급성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가압류는 너무 쉽게 결정되어 즉시 시행되었고 가압류해제는 긴급한 사안이 아니다 하여 결정의 우선순위에서 하루라도 미루어 졌음이 근간의 법원실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든 차에 대법원에서 보전처분(가압류)의 발령은 지나치게 관대하고 보전처분의 사후구제는 지나치게 제한적이었음을 통감하고 제도적 보완지침을 내린 것은 시의적절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전국법원에서 보전처분을 결정하기 전에 심문을 확대하고 당사자의 소명기회를 주어 보전처분이 악용되는 현상을 최소화하기로 한 것도  법 균형의 원리에 충실해 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법률업무에 종사하는 우리들이 민원인들에게 가압류의 환상을 일깨워주는 실증적 역할을 성심껏 해줘야 한다. 가압류는 정말 필요한 최소한의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있는 설명도 민원인에게 해줘야 한다. 채권확보라는 백조를 동경하면서 채권자와 보증인을 너무 쉽게 협박하여 백조의 빨간 발목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법률신문 게재된 글)



by 마음 | 2008/06/18 14:46 | 隨想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yskim.egloos.com/tb/48477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