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죽음
평온한 죽음!

알콜중독으로 간암말기의 병을 얻어 죽음을 기다리는 바싹마른 몰골의 중환자에게는 어떤 음식이나 약도 소용이 없게 되었다.
며칠을 더 살아갈지 알 수 없는 병실엔 환자의 가는 숨소리와 무섭도록 적막한 침묵이 전부인데....
간병인으로 온 20대 후반의 딸은 이따금 아버지의 앙상한 손에 박카스 병을 쥐어 주곤 했다.
아버지가 유일하게 마시는 박카스 병을 쥐어 줄 때마다 딸은 “아버지...아버지...”라고 조용히 부르다 끝내 눈물을 흘리곤 했다.

결국 아버진 돌아가시고 딸이 아버지에게 건넨 박카스는 박카스가 아니라 ‘짜릿한 소주’였음을 알게 된 사연_
술로 인해 병을 얻어 죽음을 기다리는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즐기는 유일한 술!! 딸이 할 수 있는 마지막 효도였을까...?

좋은생각 4월호에 실린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적지 않게 받았다.

같은 날! 한 人間의 안락사의 문제로 부시 대통령까지 기자회견 하는 미국인의
식물인간에 대한 사건.
15년간 식물인간으로 목숨을 연명하는 테리 시아보(41세)는 결국 2005. 3. 31. 남편 마이클 시아보(41세)가 임종을 지키는 가운데 미국 플로리다주의 요양원에서 눈을 감았다.
이 짧막한 뉴스 뒤엔 식물인간인 아내를 10여년간 보살피다 더 이상 소생의 가망이 없음에 아내가 평화롭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선택케 한 남편은
인간의 생명 존엄을 거스렸다는 “살인자! 어둠의 왕자”라는 원색 비난을 받고,
딸을 잠시 집에서 간호하다가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다시 요양원에 맡긴 테리의 부모는 인간 생명의 존엄을 끝까지 지키려 했다는 기독교적 신앙의 양심가였다는 동정과 여론의 비호를 받았다고 하는데...
안락사의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은 끝이 없을 것 같다.

미국인의 시각이 어떻던, 나는 한 남자와 남편의 입장에서 ‘마이클’의 용단과 힘겨웠던 결정에 그를 동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어떡해야 생명존엄이 된단 말인가?
고통스런 ‘살음’보다 ‘평안한 죽음’이 더 나은 선택일 수는 없단 말인가!

의학적으로 소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 인공영양 공급관만으로 생명만을 연장하는 일이 환자 자신에게나 보호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오히려 동양적 인간관계로 본다면  생자필멸 회자정리(生者必滅, 會者定離)로 이해하여 무망한 생명연장보다는 자연사를 선택함이 본인에게도 더 인간적 임종 아닐까!

아내와 난 몇년전 가까운 친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하였다. 40대 초반의 나이에 병명이 무엇인 줄도 모르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죽음 얼마 전에야 골수암임이 판명되었지만 너무 늦어 손도 쓸 수 없는 상황! 임종하기 전까지 내게 자식걱정, 아내걱정을 하더니만 불과 몇 시간 후에 허망하게 눈을 감던 삶과 죽음의 한 발짝 거리에서 우리 부부는 아연실색하며 통곡으로 밤을 지새운 적이 있다.
그 일을 겪은 후 아내와 난 우리 몸의 모든 장기와 각막을 사후에 기증하기로 서명하고 적지만 기금을 매월 원천납부로 내고 있다.
사는 동안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후회 없기로 굳게 다짐 하고, 자녀에게는 물론 가까운 인척에게 조금도 부담을 주지 않도록 주변을 늘 깨끗이 정리하며 살 것도 약속했다.
이런 다짐이후 오히려 나의 삶의 무게는 가벼워졌고 평온을 얻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평화의 사도인 교황 요한바오로2세도 서거 (카도릭교계에서는 善終)하셨다.
그 분만큼은 세계인의 가슴에 감동과 행복의 메시지를 남기신 평온한 죽음이시건만..
凡夫인 우리에게야 어찌 평온한 죽음이 있을까!
혹시 있다 해도 진정한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인지 누가 알까!
안락사는 무망한 생명의 환자를 지켜봐야하는 보호자의 고통감수까지를 포함한 개념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그런면에서 식물적상태에 빠졌을 때 구차스런 생명을 더 이상 부지하지 않으려는 인간 자존심의 내면을 밀도있게 보여준 “밀리언 달러 베이비”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2005. 4. 4.
2005년 4월 14일자 법률신문 게재


by 마음 | 2008/06/19 04:19 | 隨想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yskim.egloos.com/tb/48973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