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맞벌이
2009/06/23   부부싸움
2008/06/18   이혼과 온고지정 [2]
부부싸움

               


< 달동네 夫婦 >

  

천성이 우직하여

한탕벌이 못해보고

알량한 일당 받아

뽀개사는 꼬락서니

자투리 人生!                

남들은 혼자 벌어           

허장성세(虛張聲勢) 누리던데

맞벌이 우리내외

“살음”에 쪼달려

허구한 날! 울통불통

  
아들놈 울면 큰 딸년 야단치고

큰 딸년 삐치면 아들놈 얼러되는

자식눈치 몸 바쁘고


시댁(媤宅)식구 찾아오면

얻은 휴가 반납하고

직장에 일 나가는

쌀쌀맞은 아내 보며

한숨을 토하고!


친정(親庭)식구 찾아오면

아까운 연가 찾아

방구들 죽치는

아내를 밉다 못해

  
그렁저렁 살아가는

얼러빠진 꼬락서니!

  
제기랄!
산다는 게 뭔지... ...

1991 . 2 . 10

<추신>

당시 이 글을 쓴 동기는

법원의 기독법조회 회원으로서 몇 명의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해 “마산시 완월동 달동네”를 정기적 방문하면서 어렵게 살음살이 하는 사람들의 부부싸움 내용을 많이 듣다보니 그냥 흘러나온 글일 뿐, 내 얘기가 아닌데 ... ...

마침 서울의 누님내외가 다녀간지 며칠 되지 않은 터에 학교생활에 바쁜 아내가 집에 함께 있어 주지 못한 미안한 감정이 있었던 때였습니다.

글을 본 아내가 아주 단호하게 “내가 그렇게도 못 마땅 하느냐!”고 다그치는 통에...

여자들은 시댁, 친정이야기만 나오면 어찌 그리 민감하든지 아주 혼이 났습니다.

처음으로 이혼 소리도 나오고, 다시는 글 따위는 쓰지 않겠다는 절필선언도 나오고, 신문사에 보낸 글을 편집실에 연락하여 싣지 말라는 부탁도 하는 등 난리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발표여부를 모르겠습니다.

 


<都市의 비 >

때 묻은 하늘

하얗게 단장하려

7월의 장대비가

기세(氣勢)좋게 내리건 만,

都市

흙탕물 점벙거릴 마당이 없다.

거친 소낙비

돌팍새 매 뿌리면

베잠방이 둥둥걷고

흙을파며 놀던 故鄕!

다듬이 방망이로

호령하던 할머니께

-불 다림질

끝 잡아 주던 時節 !

都市의 비는, 鄕愁만 적신 채

아스팔트 위에서

자지러 진다.

1992. 7 .17 .(법률신문 발표)

by 마음 | 2009/06/23 11:53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0)
이혼과 온고지정
인고의 세월 이기며 가정 지켜온 어머니 본 받아야

1960년대, 냉수 한 그릇도 어른 앞에서 함부로 마시지 못했던 시절의 내 기억은 지금도 또렷하다.

나의 친척중에 산골에서 새끼를 꼬아 파는 아저씨 내외분이 계셨는데, 두 분은 참으로 사이가 좋으셨다.

여름이나 겨울방학이면 인근의 할아버지 댁에 머물면서 자주 놀러갔는데 두 분이 새벽부터 새끼꼬는 기계를 발로 밟고 볏단의 벼짚을 집어넣는 일과가 시작되는데 그 과정에서도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땀을 연신 닦아드리며 조금만 힘겨워 해도 아저씨는 쉬게 하시고 아주머니가 더 억척스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아주머니의 아저씨에 대한 정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린 내 마음에도 좋아 보였다.

그러던 어느 겨울에 새벽열차를 타고 서울로 가기 위해 우연히 아주머니 집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아주머니가 지금 막 우물에서 물을 길러 들어가시는 모습을 보고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대문을 들어섰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장독대 위에 정한수 한 그릇을 올려놓고 두 손을 모아 빌고 계셨다.

그 날이 다른 읍내의 장날이었다. 웅얼웅얼하시는 말에 가만히 귀 기울이니 아저씨를 일찍 들어오게 해달라는 기원이었다.

그 때는 그 기도의 의미를 몰랐으나 나중에 그 실상을 알았을 때 ‘50·60년대 한국의 아낙네는 저렇게 사셨구나’라는 애처로움을 느꼈다.

새 끼꼬아 놓은 것을 장날이면 팔러가는 건 아저씨였다. 그런데 아저씨가 새끼 판 돈으로 난봉을 핀 것이다. 즉 바람을 피운 것이다. 선술집에서 술값으로 다 날리기도 하고 때로는 자고 오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아저씨에게 한마디 잔소리도 안했다.

장날에 나간 아저씨가 일찍들어오게만 해달라고 빌며 늦게 들어오시는 아저씨를 호롱불 밑에서 바느질하며 기다리기만 하신것이다.

요 즘이라면 당연히(?) 한바탕 싸우기라도 하고, 아니면 함께 고생하여 번 돈이므로 맞벌이 부부의 동등함을 내세워 이혼을 하든가 맞바람이라도 피우겠다는 상상이라도 하련만 기껏 아주머니의 행동을 보면 조상님께 비는 일과 가끔씩 부엌에서 소리 죽여 우는 모습만을 보았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아주머니의 행동은 답답하고 측은하기까지 했다. 40여년이 지난 요즘 시골에 친척들이 모일 때 늙은티가 나는 아주머니께 살짝 물어보았다. 왜 아저씨께 따지지 않았느냐고…

아주머니는 웃으며 감히 남편한테 따지다니 큰일날 소리 말랜다.

지금도 아저씨가 기침만 크게 해도 움찔하시고 조바심하는 아주머니를 보면서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봉건사상의 인습에 젖은 어른들의 일이라고 치부해 버리기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무언가 알 수 없는 尊嚴이 생긴다.

내가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로서의 우월적 권위나, 男尊女卑 따위를 얘기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아주머니로서는 너무도 고통스러웠지만 새벽마다의 기원으로 한 가정을 지키시고 아저씨의 실수를 감싸 주셨기때문에 아저씨의 아들과 딸들은 모두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을 일구도록 기르셨다.

작 년까지 法院에 근무하면서 주로 민원상담을 하였는데 참으로 많은 상담이 이혼에 관한 것이었다. 올해 법무사 개업을 한 뒤에도 상담의 주종이 이혼과 관련된 일임을 알게 되면서 정말 대한민국의 남성들 정신차려야 하고, 대한민국의 여성들 조금 더 슬기롭게 가정과 자녀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론적 人倫, 道德을 생각케 한다.

여성이지만 한 가정의 지주대가 되어 아들 딸 모두 대학 보내고 튼튼한 가정의 어른이 된 우리네 어머니의 忍苦의 歲月을 본받음으로써 인내심이 부족한 이 시대의 우리가 溫故之情의 뜻을 새기자는 것이다. 지금도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세숫물을 직접 떠다 드리고 그윽한 눈으로 쳐다보시면서 흡족해 하시는 표정을 훔쳐본다.

세상의 절반이 여자이고 여자가 귀해서 기죽고 사는 수난시대를 사는 오늘의 남자에게는 먼 동화같은 얘기일 것이다. 또 가끔씩 황혼 이혼을 한다는 뉴스도 있긴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우리네 어른들은 이런 모습의 삶을 살고 계시다는 사실을 이혼 때문에 찾아오는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 (법률신문)
by 마음 | 2008/06/18 14:45 | 삶의 향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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